'누굴 위한' 데이터 3법, 학계·산업계 "시행령 개정안, 입법 취지 무색" 한목소리

데이터 3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 중인 가운데, 보완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행정안전부·방송통신위원회·금융위원회, 데이터 3법 시행령 개정안 토론회 개최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행정안전부·방송통신위원회·금융위원회는 29일 오후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학계, 산업계 등 전문가들이 참석해 시행령에 대한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데이터 3법은 지난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데이터는 미래의 석유이고, 한국이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는 나라가 돼야 한다"며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하면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추진이 이뤄졌다. 데이터 3법 시행령 개정안은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해 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골자로 한다. 그동안 보호에 집중했던 개인정보를 활용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사회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학계 및 산업계는 시행령 개정안이 공개된 이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가명정보 이용 조건이 과다하고, 가명정보 결합 절차가 지나치게 엄격해 법 제정의 근본 취지인 데이터 활용을 더욱더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많다. 주무 부처가 만든 시행령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법 개정 후 "IT 산업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걸음 더 성장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기대했던 인터넷기업협회 등 산업계는 현재의 시행령 개정안이 데이터 3법 개정의 노력과 취지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학계 및 산업계에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세 가지다. 먼저 개인정보의 추가 이용 및 제공 기준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점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신설된 제14조 2항은 개인정보의 추가적인 이용·제공 기준을 명시하며, 당초 목적과의 상당한 관련성, 추가 이용 예측 가능성, 제3자 이익 침해 방지, 가명처리 의무 등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원래 법 조항보다 더 엄격한 요구를 하고 있어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당한 관련성', '제3자' 등의 표현은 모호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이라 시행령이 갖춰야 할 구체성이 떨어진다.

가명정보의 결합을 위해 연계정보 생성기관과 결합전문기관을 거쳐야 하는 절차도 복잡하다. 보다 간소하게 의뢰기관이 직접 연계정보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한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안과도 차이가 있어 이종 데이터를 결합하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체와 관공서, 학교들이 클라우드나 웹을 이용해 원격 재택근무·온라인 개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합정보를 지정된 특정의 물리적 공간에 직접 가서 분석하도록 제약하는 조항도 시대 흐름에 맞지 않고 데이터의 활발한 이용을 저해하는 요소다.

가명정보에 대한 안전조치를 개인정보와 동일한 수준으로 규정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의 일부를 비식별 조치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으나 익명정보에 비해 활용 가치를 높인 정보로,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에 비춰볼 때 가명정보와 개인정보의 안전조치를 동일하게 요구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구체적 절차와 기준을 마련하는 첫 단계로 평가받는다. 가치 있는 정보들을 안전하게 가명처리하고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간소하는 등 효율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방법으로 절차와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3법의 개정 취지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법이 시행되는 8월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며 "법 개정의 취지에 맞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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