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시기·판매처 등 미정…면세업계 "수개월 걸릴 것"
[더팩트|한예주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면세업계에 대해 한시적으로 재고품을 시중에 유통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 면세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아직 구매 가능 시기나 판매처, 가격 등 정해진 게 하나도 없어 판매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9일 관세청은 면세점이 재고 면세품을 수입 통관한 뒤 국내에서 판매하는 행위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면세품이 일반 유통경로를 통해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규정은 면세물품의 엄격한 관리 차원에서 재고품을 폐기하거나 공급자에 반품하는 것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악재로 국내 인·아웃바운드 여행수요가 급감하며 전례 없는 불황에 시달리는 면세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단 설명이다.
앞서 한국면세점협회와 주요 면세점들은 이달 초 관세청에 면세물품의 국내 통관이 가능하도록 보세물품 판매규정 완화를 건의했다. 재고 면세품들은 팔리지 않으면 폐기 또는 멸각해야 하는데, 낮은 가격에 시중에 유통해 얼어붙은 면세업계 업황과 국내 소비심리를 동시에 살리자는 것이다.
다만, 6개월 이상 장기 재고 면세품만 국내 판매가 허용된다. 관세청은 면세 재고품이 일반 수입품과 동일한 수입요건을 구비한 뒤 세금을 납부하는 통관 절차를 거쳐 유통업체를 통해 아울렛 등에서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현재 면세점들이 보유한 장기 재고의 20%가 소진된다고 가정하면, 면세업계가 약 1600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세청은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통관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가격을 어떤 수준에서 책정하고 어느 유통채널에서 판매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현재 판매처로는 백화점과 아울렛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백화점의 경우 입점한 브랜드 운영업체들과의 마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같은 브랜드라도 내수용과 면세품은 수입사가 다른 경우가 많아 기존 입점 업체들이 면세품 판매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백화점보다는 아울렛에서 판매를 할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이라며 "아울렛에서도 입점 브랜드들과의 문제 등을 이유로 팝업스토어 등 한 곳에 모아서 면세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책정 문제도 쉽지 않다. 재고 상품을 풀 경우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붙여야 하는데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6개월이 넘은 제품을 판매하는 만큼 감가상각률을 어느 정도로 책정할지부터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해당 브랜드와의 협의도 거쳐야 한다"고 답했다.
면세점들은 시중에서 면세점 재고 판매가 이뤄지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고 부담을 더는 것은 좋지만, 정해진 게 없어 당장 효과를 보기는 힘들 것 같다"며 "이제부터 고민을 시작하면 몇 개월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