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이한림·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신반포15차 따내자"…삼성물산‧호반건설‧대림산업 대표 총집합 '눈길'
[더팩트ㅣ정리=박경현 기자] -완연한 봄기운에도 반짝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한 주였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차츰 잦아드는 추세지만 돌연 찾아오는 꽃샘추위처럼 아직까지 평온할 일상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이른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도 유통계에서 따뜻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왕고구마 농가에 다시금 '백기사'를 자처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행보가 돋보였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선방한 현대차 1분기 실적에도 임금반납 등의 이슈에 웃지 못할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사로는 5년 만에 돌아온 삼성물산이 선정 되면서 건설사 간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금융권에서는 라임자산운용 부실 펀드를 처리할 '배드뱅크' 출범을 두고 판매사 간 이견으로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유통업계 소식부터 들어볼까요.
◆ 다시금 농가 '백기사' 된 정용진…해남 왕고구마 '인기'
-유통업계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니아'로 정평이 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행보가 큰 주목을 받았죠. 못난이 감자(폐품 감자)를 사들여 상생 경영의 신세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 정 부회장이 이번에는 해남 왕고구마 농가의 '백기사'를 자청했다고요.
-네. 정용진 부회장이 해남 왕고구마로 시름에 잠긴 농가를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에 출연한 방송인 백종원이 정 부회장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고, 정 부회장이 이를 수락한 것입니다.
-이번에는 지난번에 비해 스케일도 한층 커졌는데요. 무려 못난이 감자 매입량의 10배인 300t의 못난이 고구마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부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는 아닐 텐데요. 300t이나 되는 고구마를 다 팔 수 있을까요?
-매입량이 늘어난 만큼 이번에는 판매처를 대폭 확대했습니다. 못난이 감자의 경우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만 판매됐었는데요. 정용진 부회장은 농가 돕기 상생 프로젝트를 SSG닷컴, 신세계TV쇼핑,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5개 관계사로 확대했습니다.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봉지 단위의 고구마 상품을 판매하고, 홈쇼핑에서는 일반 고구마와 못난이 고구마를 혼합한 박스 상품을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신세계푸드에서는 못난이 고구마 3t을 사들여 '고구마 연유 브레드' 상품을 만들 예정입니다.
-매입량이 크게 늘어난 만큼 판매처도 늘렸군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이미 판매가 시작됐죠? 못 생긴 고구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궁금한데요.
-농가를 돕는다는 상생 전략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못난이 고구마는 판매 당일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실제 판매 첫날인 지난 23일 이마트 매장은 못난이 고구마를 사러 온 손님으로 북적였습니다. 오후 1시 쯤 매장을 방문했는데요. 못난이 고구마 매대는 이미 듬성듬성 빈 곳이 눈에 띌 정도였습니다. 1시간 동안 매대를 지켜본 결과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점원을 붙잡고 못난이 고구마를 찾는 손님도 있었고요. 이날 매장에서 만난 고객들은 "좋은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못난이 고구마를 담아 갔습니다. 온라인몰인 SSG닷컴에서도 첫날 판매분이 오전 내 전량 소진됐고요.
-국내 유통업계가 코로나19로 어려운 가운데 신세계그룹이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네요. 지난해 못난이 감자로 시작된 신세계의 상생 경영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한 것처럼 이번 정용진 부회장의 행보도 업계 전반의 긍정적인 영향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 커지는 코로나19 공포…현대차, 1분기 실적 발표 후 굳은 표정
-자동차 업계에서 나온 뒷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자동차는 항공과 함께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히죠. 지난 한 주도 좋지 않은 소식이 대부분이었는데요. 현대자동차(현대차)와 기아자동차(기아차)가 코로나19 영향에도 비교적 선방한 1분기 실적을 내놨는데, 내부 실정은 웃음기 없는 공포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시작은 '임금 반납'이었는데요. 현대차그룹은 지난 20일 코로나19 여파에 임원 급여를 반납한다고 발표했죠.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임원 1200여 명과 함께 임금 20%를 자진 반납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국내의 재계 서열 2위이자 완성차 선두 기업인 현대차그룹의 이번 결정에 따라 사실상 자동차 업계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어버렸습니다. 위기가 현실화됐다는 것을 나타내는 동시에 굴지의 대기업도 이번 위기를 피해갈 수 없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 이슈였죠.
-그렇군요. 그래도 1분기 실적 선방에 따라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나요?
-임금 반납과 휴직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상태에서 맞이한 1분기 성적은 안팎의 우려에 비하면 선방이라는 평가도 나오죠.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6%, 4.7% 늘었습니다. 기아차도 같은 기간 매출이 17.1% 늘고 영업이익이 25.2% 줄었지만,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회사 내부 분위기는 180도 달랐는데요. '잘 버텼다', '피해를 최소화했다' 등 안도 섞인 반응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1분기 실적에는 코로나19 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현대차그룹 내부는 '2분기 공포'에 휩싸인 상태입니다.
-현대차그룹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현대차 경영 상황이 최악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곧바로 2분기 실적 걱정에 시달리는 것은 현재 사정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죠.
-2분기에는 위기를 극복할 여력이 없다는 뜻인가요?
-우선 코로나19 여파는 2분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문제는 해외 수요 급감입니다. 코로나19 우려에 주요 생산기지를 제대로 가동할 수 없는 점과 수요 침체로 판매량이 줄어든 점을 포함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현상에 따라 수출길까지 막혀버렸죠. 2분기부터 미국·유럽·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해외 비중이 높은 현대차 입장에서는 유례없는 불확실성에 놓인 셈이죠. 지역별 대처에 만전을 기하고, 국내 시장에 집중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해외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2분기, 나아가 3·4분기까지 실적 쇼크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현대차는 유동성 리스크 관리, 전략적 재고 및 판매 운영, 유연한 생산체계 구축, 안정적인 부품 공급을 위한 활동들을 다양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아무쪼록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돼 자동차 업계가 하루빨리 안정화되기를 희망합니다.
◆ "신반포15차 따내자"…삼성물산‧호반건설‧대림산업 대표 총집합 '눈길'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사가 선정됐습니다. 삼성물산과 호반건설, 대림산업이 치열한 접전을 펼쳤던 신반포15차 재건축 수주전의 시공권은 삼성물산에 돌아갔습니다. 이날 삼성물산은 유효표 166표 가운데 126표를 받았습니다. 75.9%라는 높은 득표율로 호반건설(22표·13.2%)과 대림산업(18표·10.8%)을 따돌렸습니다.
-2차 합동설명회와 시공사 선정 총회가 이뤄졌던 서초구 신반포로 23 소재 현장에는 상당한 인원이 몰렸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 2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조합원들과 용역업체 직원들, 건설사 관계자들, 취재기자들 상당수가 눈에 띄었습니다. 총회가 진행되는 건물 로비 및 인근 카페 등지에도 대거 인원이 포진 중이었고요. 이날 총회장은 근래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중이었던 건설사 관계자들과 기자들 간의 ‘만남의 장’ 같은 분위기도 연출했습니다. 그만큼 인력이 많이 몰린 거죠.
-건설사 주택사업부 인력들은 당연히 총출동했겠네요?
-물론입니다. 이날 시공사 선정 총회에는 주택사업부 인력 외에도 각 사의 대표이사 격 임원들이 등장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삼성물산에서는 이영호 건설부문 대표이사, 호반건설에서는 박철희 대표이사, 대림산업에서는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전 대표이사) 등이 직접 총회 현장을 찾았습니다.
-건설사 대표이사가 직접 시공사 선정 총회 현장을 찾는 경우가 잦나요?
-흔한 일도,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도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 규모를 생각한다며 놀라운 대목인 것은 확실합니다. 신반포15차 재건축은 8개 동, 180가구를 지하 4층, 지상 35층, 6개 동, 641가구로 탈바꿈하는 게 골자입니다. 소규모 사업인 만큼 총공사비 또한 2400억 원에 그치고요.
-생각보다 훨씬 작은 단지였군요. 최근 재건축 시장에서 계속해 회자되어 온 곳이라 매우 큰 단지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도 왜 대표이사들이 직접 발걸음까지 한 건가요?
-단연 ‘반포’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겠지요. 세 건설사 모두에 반포라는 입지는 상당한 이점을 지닙니다. 이번에 수주전에서 승기를 따낸 삼성물산에 반포는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등을 둔 고향과도 같은 곳입니다. 신반포15차까지 수주하면 보다 확장된 ‘래미안 벨트’를 꾀하게 되는 셈이죠. 삼성물산은 5년여 만에 주택정비사업에 복귀하는 만큼 신반포15차 사업 수주에 열과 성을 쏟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말 치열한 접전이었겠네요. 호반건설에게 신반포15차란 어떤 의미일까요?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0위에 올라선 호반건설에 강남은 반드시 입성해야 하는 관문과 같은 곳입니다. 일각에서는 호반건설 회사가 강남에 있는데, 강남에 호반 이름을 건 아파트 하나 없어서 되겠냐고 꼬집기도 합니다. 호반건설은 강남 진출을 위해 신반포15차 수주전에서 우수한 재무 건전성과 풍부한 자금력을 토대로 파격 조건 또한 내세운 바 있습니다. 강남 입성에 따른 호반의 위상 강화라는 ‘큰 그림’을 위해 ‘역마진’을 감수한다는 이야기도 돌았고요.
-삼성물산과 호반건설 고래싸움에 낀 대림산업에 대한 시선도 궁금한데요?
-대림산업은 앞서 신반포15차와 바로 맞닿은 곳에 ‘아크로리버파크’ 시공을 맡은 바 있습니다. 아크로리버파크는 평당 1억 원 시대를 연, 서울 최고가 아파트로 일컬어지는 곳입니다. 대림산업은 신반포15차에서 ‘아크로’의 명성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삼성물산과 호반건설의 강력 드라이브 속에 맥을 못 추고 말았습니다. 앞서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에서 진을 너무 뺀 것 아니냐, 대림산업이 석유화학 부문에 집중하느라 신반포15차를 등한시한 것 아니냐는 말도 들렸습니다.
◆ 라임 '배드뱅크' 출범…시작부터 삐걱?
-금융권에서는 라임자산운용 부실 펀드를 처리할 '배드뱅크' 출범이슈가 있었죠.?
-네, 배드뱅크는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운영하는 한시적 기관인데요. 이번 라임자산운용 관련 배드뱅크가 만들어지면 국내 최초의 운용사 형태의 배드뱅크가 탄생합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배드뱅크 설립을 놓고 판매사들간 이견을 보였다면서요.
-앞서 금감원과 판매사들은 지난 20일 한차례 회의를 진행하면서 배드뱅크의 설립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는데요. 당시 회의에서 금융당국은 배드뱅크 참여에 대한 의견서를 23일까지 전달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판매사들이 참여 여부 결정에 대해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죠?
-네, 상대적으로 판매 규모가 적은 판매사들은 '검토 중' 또는 '아직 의견을 제출하기 어렵다' 등 취지의 의견서를 금융감독원에 전달했습니다. 출차 규모나 세부 운용 계획 등이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참여하는 결정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특히, 금감원이 신설 운용사에 자금을 넣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서 판매사들끼리 출자 규모를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판매사들 사이에서 '불신'이 나온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향후 갈등이 나올 가능성도 있겠군요. 그렇다면 19개 판매사 중 배드뱅크에 참여하지 않는 판매사들도 생긴 것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19개 판매사가 전부 배드뱅크에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습니다.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참여하지 않는 곳은 없길 바란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배드뱅크에 참여하지 않았던 금융사로 낙인찍힐 경우 향후 금융당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임을 회피한 금융사로 비칠 수 있어 판매사들 모두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배드뱅크의 실효성의 여부를 떠나 '불참' 자체의 리스크가 출자금액보다 더 크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네요. 배드뱅크가 출범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에도 속도가 붙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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