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조원태 한진 회장, 기념 활동 없이 코로나19 극복 집중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4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더팩트 DB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취임 1주년…위기 상황에 그룹 안팎 차분한 분위기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4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경영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조원태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항공업이 전례 없는 불확실성에 놓인 만큼 취임 1주년인 이날도 특별한 기념행사 없이 위기 극복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최근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의 정상화를 위한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취임 1주년에도 이를 기념할 만한 행보를 보이지 않을 예정이다. 외부로 드러난 조원태 회장의 최근 활동은 지난 10일 열린 한진칼 이사 간담회로, 당시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 경영진들과 매일 영업 현황, 재무 상황,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등 현 상황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담화문 형식의 어떤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이미 조원태 회장은 수차례 경영 정상화와 관련한 의지를 드러내 왔다. 앞선 메시지를 살펴보면, 취임 2년 차에 들어선 그의 목표는 뚜렷해 보인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사회에 더욱더 환원하는 기업으로 올라서는 일이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달 29일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전 임직원들과 함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뼈를 깎는 자구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예상보다 빨리 회장직에 올랐다. 불안정한 상황에서 침체된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체제 안정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조양호 전 회장을 대신해 지난해 6월 한국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데뷔 무대부터 항공 리더로서의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조원태 회장 체제 아래 조직문화가 유연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원태 회장은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갖고 있던 대한항공에 전면 복장 자율화를 시행하고, 김해공항 옆 사업본부 교통편 해결을 비롯해 점심시간 자율 선택제, 패밀리데이 도입, 정시퇴근 방송 등을 직접 나서 추진하는 등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에 집중했다. 또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직원의 자녀 720명을 위해 직접 축하카드와 선물세트를 준비하는 등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섰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인한 대한항공의 유동성 위기 극복이다. /더팩트 DB

물론 경영상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반기를 들고 나서며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것이 체제 안정화에 돌입한 그룹 안팎을 흔들었다. 그러나 조원태 회장은 지난달 열린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에 연임되면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이로써 외부 세력에 의한 공격으로부터 시간을 벌었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위기를 통해 오히려 조원태 회장 체제의 내부적 단합을 이룰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조원태 회장은 경영권 분쟁 과정 속에서 사내 임직원의 지지를 받는 데 성공했다. 한진칼 주총이 임박하자 한진그룹 전직임원회는 조원태 회장 중심 경영을 신뢰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기도 했고, 온라인상에서는 조원태 회장 체제를 지지한다는 응원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조원태 회장 눈앞에 놓인 위기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의 시동이 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력 절반 이상이 일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고, 임원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급여를 반납하고 있다. 이는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항공업이 직면한 문제다.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금줄이 말라가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 위기 속 조원태 회장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사태 초기 중국 우한에 고립된 우리 교민들을 귀국시키는 대한항공 전세기에 탑승해 현장 총책임자 역할을 담당하는 등 책임감 있는 그룹 총수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 대한항공과 임직원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기업인으로서 보유 현금이 바닥난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실력을 보일 때라는 의견이다.

현재 조원태 회장은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또 지원 요청과 유상증자 등 다각도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자구 노력으로만 이 위기를 극복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대한항공 정상화라는 험난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조원태 회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향후 그룹의 움직임이 주목된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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