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점주들 "'깃발꽂기' 핑계로 수수료 과다 인상" 분통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배달의민족'(배민)의 수수료 체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며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새 요금체계 오픈서비스에 대한 점주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이에 정치권이 응답하며 배민이 궁지에 몰리는 모습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5일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모두가 어려운 시기, 특히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극심한 이때 배민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 이용료 인상으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며,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지사는 "공공 앱 개발 등 지금 당장 경기도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배민의 횡포를 억제하기 위해 입법 등을 기다리기보다 즉각 대응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재명 지사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힘 좀 가졌다고 힘없는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며 부당한 이익을 얻으면 되겠느냐.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배민의 수수료 체제 개편과 관련해 대응할 수 있는 아이디어 제안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이날 배민의 과도한 수수료 책정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특별법에 담겠다고 공약했다. 배민의 수수료율이 과도하게 책정되거나 인상되는 등 문제가 있다고 보고, 온라인몰과 중소유통상인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정치권의 지적 대상이 된 배민의 새 요금체계는 '오픈서비스'로 불린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일 앱 상단 노출 방식을 기존 오픈리스트에서 오픈서비스로 바꾸고 주문 1건당 수수료 5.8%를 부과하는 등의 개편을 단행했다.
당초 배민 가입 점주들은 대부분 '정액제'(울트라콜)를 이용했다. 월 8만8000원을 내면 주문자가 있는 곳에서 가까운 지역의 음식점을 모바일 앱 화면에 노출해주는 방식이다. 별도 건당 수수료는 없었다. 하지만 배민이 이를 뒤집고 건당 수수료 상품으로 전환한 것이다. 쉽게 말해 점주들이 배민의 고정 광고비로 장사를 하던 방식에서 이제 파는 만큼 수수료를 떼이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점주들은 배민의 이러한 수수료 체제 개편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상황에서 점주들을 위한 '착한 정책'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배민의 배신, 수수료 꼼수인상 등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 또한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우려하는 점주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현재 점주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수료 체제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점주는 "주변을 살펴보면 배민에 불만이 있으나, 혹시 매출에 타격이 생길까 걱정돼 억지로 가입하는 모습"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지적에 배민 측은 깃발꽂기 방지를 위한 합리적인 요금체계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깃발꽂기는 정액 광고 상품인 '울트라콜'을 여러 개 구매해 상단에 다수 노출하는 행위다. 배민은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이번에 도입한 오픈서비스 제도는 특정 업체가 주문을 독식하는 깃발꽂기가 합리적이냐, 주문이 생길 때만 세계 최저 요율을 내는 수수료 체계가 합리적이냐는 고민의 결과"라고 밝혔다.
배민은 설명자료에서 월 매출 1000만 원인 점주가 울트라콜을 20개씩 사용해 월 160만 원의 비용을 부담했다는 이전 사례를 제시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30개, 40개씩 깃발꽂기를 시도하는 사례가 많아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업자들이 피해를 보니, 건당 수수료 체계가 더 나은 방식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점주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발했다. 안양에서 돈가스 등의 배달 식당을 하고 있는 김 모 씨는 "월 매출 1000만 원 점주가 깃발 20개씩 꽂는다고 제시한 건 수수료 체제 개편을 합리화하기 위해 특수한 사례를 가지고 온 것"이라며 "배민 외 다양한 고정 지출이 있는 식당에서 월 1000만 원을 벌면서 160만 원 넘게 깃발을 꽂는 건 매월 손해 보면서 장사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상단 노출을 위해 울트라콜 여러 개를 구매해봤던 사람으로서 배민의 설명이 굉장히 과장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점주도 "깃발꽂기를 없앤다는 핑계로 점주들의 피를 빨아먹는 구조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배민의 수수료 체제 개편 이후 오히려 영세업자가 더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점주들에 따르면 개편 이후 상단 노출은 △매출 △신규 입점 △점주 자체 할인 쿠폰 사용(점주 반발로 최근 중단) 등 기준에 따른 가산점으로 결정된다.
배민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원래 배민 광고(정액제, 깃발꽂기 가능)는 많은 광고비를 쓰는 만큼 효과를 보거나, 적은 광고비로 고효율을 노리는 구조였다"며 "이제는 수수료 형태로 광고비를 더 많이 내면서 그만큼 광고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매출)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예전에는 영세업자들도 깃발꽂기를 효율적으로 선택해 효과를 보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매출이 높은 가게만 노출이 잘되고, 그렇지 않은 영세업자들은 효과가 거의 없이 수수료만 떼인다. 매출이 높은 가게들도 그만큼 수수료 부담이 늘어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배민만 배를 불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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