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한진家 경영권 분쟁 '완승'…총수 조원태 리더십에 쏠린 눈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7일 열린 한진칼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며 조현아 주주연합과 벌인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다. /더팩트 DB

'경영권 지킨' 조원태 회장, 재무·지배구조 개선 과제 '시험대'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가(家)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완승을 거두면서 업계의 시선은 '조원태 체제'가 보여줄 경영 정상화 작업과 그 성과에 쏠리는 분위기다.

27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제7기 정기 주주총회(주총)를 개최했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총 막바지까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 측이 치열한 지분율 경쟁을 벌이며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조 회장의 연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메인이벤트'로 꼽힌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주주찬성 56.67%)은 비롯해 양측이 추천한 사내·외이사 선임 안건에서 3자 연합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고배를 마셨다.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과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등 이들이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7명 모두 이사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남은 임시주총에서 경영권 분쟁 2라운드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수 개월여 동안 지분 매입에 열을 올린 3자 연합 측이 4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데다 여전히 '조원태 체제' 해체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열린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정기 주총에서 조현아 주주연합은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사내·외이사 선임 안건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고배를 마셨다. /한진칼 제공

실제로 주주연합 측은 이날 주총 완패 이후 자료를 내고 "비록 저희의 부족함과 현실적 장벽으로 주총에서 제안이 통화하지 못했지만, 기존 오너 중심의 경영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많은 주주들의 열망과 한진그룹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상화의 궤도에 올라설 수 있도록 계속 주주로서의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사실상 장기전을 예고했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주주연합 측의 압박이 전과 같은 위협이 될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이번 주총에서 이사회 진입에도 실패한 데다 3개월여 동안 지속된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그룹 주력 계열사 노조는 물론 각사 전현직 임직원들이 전면에 나서 '조원태 체제'를 지지하고 나섰고, 최근 불거진 반도건설의 허위 공시 논란 등으로 대외 신뢰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조 회장과 한진그룹에도 과제는 남아 있다. 스스로 강조한 '항공 분야 전문가'로서 보여줄 가시적인 성과다. 한진그룹은 앞서 지난 11일 주총을 앞두고 낸 입장문에서도 "한진그룹이 위기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물류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을 갖고 있는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조원태 회장은 최근 진행된 대한항공 임원 회의에서 유휴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공급선을 다양화하는 한편 주기료 등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운휴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더팩트 DB

물론 조 회장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진행형이다. 이미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지난해 2월 발표한 중장기 경영 전략인 '한진그룹 비전 2023'의 일환으로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소유 토지(3만6642㎡) 및 건물(605㎡)과 인천시 중구 을왕동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칼호텔네트워크 소유의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매각을 추진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조 회장은 최근 진행된 대한항공 임원 회의에서 "유휴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공급선을 다양화하는 한편 주기료 등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직접 아이디어를 제시, 대한항공의 운휴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자구책을 마련해 '전문가'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커진 대외 불확실성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항공업계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기단 확대 및 화물·여객 핵심 노선 증편, 신규 노선 확대 등에 방점을 둔 중장기 경영전략으로는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며 '급한 불'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코로나19 이슈'와 같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한 상황에서 속도감 있는 재무·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물론 눈에 띄는 경영성과를 내기란 결코 만만치 않을 과제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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