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으면 돌연사" 최태원 SK 회장, '코로나 리스크' 전면 점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번 주 비상경영회를 열고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들과 코로나19 리스크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더팩트 DB

최태원 회장, 계열사 CEO 소집 '비상회의' 주재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리스크 대응 방안 모색을 위해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머리를 맞댄다.

반도체(SK하이닉스)와 통신(SK텔레콤), 정유(SK이노베이션) 등 그룹 주요 사업 분야를 막론하고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하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이번 주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 CEO들과 경영회의를 갖고 전반적인 경영현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에 관해 협의한다. 최태원 회장이 수뇌부와 경영 현황에 관해 논의하는 것은 지난해 8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 때 이후 7개월여 만이다.

SK그룹은 매년 하반기에 접어드는 6월을 기점으로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리는 '확대경영회의'와 매년 10월 치러지는 'CEO 세미나' 등 1년에 두 차례씩 최태원 회장과 계열사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영 성과를 공유하고, 사업 현황을 점검한다. 이외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는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운영한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진행해왔던 경영회의와 같은 성격"이라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따라 각 계열사별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직접 비상경영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지난해 8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 때 이후 7개월여 만이다. /더팩트 DB

'통상적인 경영회의'의 연장선이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SK그룹 핵심 계열사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고강도 쇄신안 마련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경우 코로나19가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수요 위축 리스크가 커졌고,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국제 유가 폭락으로 원유 재고평가손실이 커지면서 수천억 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특히, 전기자 배터리 부문에서는 완성차 제조사들의 생산 차질에 LG화학과 법정공방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특히,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최태원 회장이 보여준 리더십 역시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관한 수입규제 조치를 내렸을 당시 관련 분야 수뇌부로부터 경영 현황을 상시 보고 받고 직접 대응방안 모색에 나섰다.

같은 달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는 국내 기업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일본 수출 규제 여파로 국내 기업이 겪는 애로사항에 적극적으로 소신 발언에 나서며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열린 베이징포럼에서도 글로벌 전반으로 확산하는 불안 요소에 대비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SK그룹 제공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해법으로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최태원 회장의 강도 높은 주문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물론 지난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이슈가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전부터 지속해왔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열린 베이징포럼에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지정학적 이슈들이 전례 없는 리스크를 만들고 있고, 특히 이러한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이번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주요 대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계열사별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등 선제 대응에 집중해왔다"라며 "올해 비상경영회의에서 최태원 회장은 고강도 쇄신안을 주문하면서도 동시에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자'는 긍정의 메시지에 방점을 두고 내부 불안을 해소하고 사기를 끌어 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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