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국내·국제선 셧다운' 이스타항공, 경영 정상화 '첩첩산중'

이스타항공이 국내 항공사 가운데 국내·국제선 동시 셧다운 첫 사례를 남기면서 경영정상화에 비상등이 켜졌다. /더팩트 DB

24일부터 국내·국제선 운항 중지…'재무상황 극에 달했다' 평가 지배적

[더팩트|한예주 기자] 이스타항공이 국내선과 국제선 동시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1호'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여객 급감은 물론 악화된 자금 사정에 가장 먼저 영업중단이라는 선택을 내린 것이다. 직원 급여조차 제대로 지급하기 어려운 재무상황에도 경영정상화를 위한 이렇다 할 대응책을 찾지 못하면서 시름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24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국내선 김포·청주·군산~제주 노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월 중국 등을 시작으로 지난 9일 일본 노선까지 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한 바 있다. 이로써 다음 달 25일까지 국내·국제선 모두 운항하지 않게 됐다.

사전 예약한 승객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제주항공의 항공편을 대체 이용토록 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크게 줄어 비행기를 띄울수록 손해"라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국적 항공사 중에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과 국내선의 운항을 모두 접는 것은 이스타항공이 처음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을 비롯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 저비용항공사(LCC)도 국제선 운항은 하고 있지 않다. LCC 중에서는 제주항공, 진에어만 각각 2개의 국제선을 운항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태가 극에 다달았다며 정상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내비쳤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가 항공사 CEO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세정 기자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이 '예고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이스타항공의 취약한 재무구조는 업계의 우려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2018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은 자본금 486억 원, 결손금 266억 원, 부채비율 484.4%, 자본잠식률은 47.9%를 기록했다. 이스타항공은 비상장사로 분기마다 실적 공시를 하지 않아 지난해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알 수 없다. 하지만 2018년 말부터 시작된 단거리 노선 공급과잉과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경쟁사들이 영업적자를 기록 중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말에는 전액 자본 잠식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수년째 자본잠식 상태여서 추가 자금 확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항공기 면허 취소까지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셧다운 말고는 당장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에 매각된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을 통한 지원 방침을 정했지만, 제주항공이 최종 인수되기 전까지는 이스타항공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상황이 더욱 꼬였다.

정부의 금융지원도 늦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7일 1차로 항공사 지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LCC들에 3000억 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책 발표 한 달이 지난 현재 티웨이항공이 60억 원,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이 각각 200억 원, 140억 원씩 무담보 지원을 받은 상태며 다른 LCC의 경우 아직 관련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이스타항공은 임직원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하는 눈물겨운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현재 상황으로는 3월과 4월 급여도 정상지급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필수 인력을 제외한 직원을 휴직하도록 하고, 희망퇴직을 받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재무상태가 급여조차 지급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치달았다는 걸 의미한다"며 "정부 지원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고,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이 될 제주항공의 재무상황 역시 좋지 않아 이대로 가다가는 파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레 점쳤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항공업계 전반이 어렵지만, 그중에서 가장 곤란한 곳을 뽑으라면 이스타항공일 가능성이 높다"며 "잇따른 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져 재무상황이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답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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