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주총 '뜨거운 감자'…반도건설 '허위 공시' 진실 공방 '과열'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조현아 주주연합의 핵심 세력인 반도건설의 허위공시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두 차례 만남이 성사된 배경을 두고 치열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투자목적 변경 공시를 앞두고 한진그룹에 명예회장 자리를 비롯해 경영권과 부동산 개발 권리 등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반도건설 측은 "먼저 만남을 요구한 조원태 회장의 노골적인 언론플레이"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고, 한진칼 측은 "도움을 요청한 권홍사 회장이 경영 참여 목적을 숨기고 단순투자로 허위 공시한 중대 범죄행위"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 반도건설 허위 공시 논란, 한진 경영권 분쟁 최대 쟁점 부각
16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최근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화우의 가처분 소송 답변서의 내용을 토대로 권홍사 회장이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한진그룹 대주주들과 만나 자신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선임하고, 한진칼 등기임원 및 공동감사 선임, 한진그룹 소유 국내외 부동산 개발 참여 권한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반도건설은 앞서 같은 해 10월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경영 참여'가 아닌 '단순투자'라고 공시했지만, 지난 1월 투자 목적을 다시 '경영참여'로 바꿔 공시한 바 있다. 한진칼 측은 이미 공시 전부터 권홍사 회장이 명시적으로 경영권을 요구한 만큼 명백한 허위공시라는 주장이다.
자본시장법 제 147조 및 제150조에 따르면 주식의 보유 목적 등을 거짓으로 보고할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를 초과하는 부분 가운데 위반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만일 반도건설 측의 한진칼 지분 공시 내용이 허위로 결론날 경우 반도건설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3자 연합'은 한진그룹과 지분율 경쟁에서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3자 연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은 KCGI 17.29%, 반도건설 8.28%, 조 전 부사장 6.49% 등 모두 32.06%다. 이 가운데 반도건설 지분 중 3.28%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이들의 보유 지분율은 20%대로 내려앉는다.
◆ 한진칼 "허위공시, 중대 범죄" vs 반도건설 "악의적 편집"
단 1%의 우호지분이 아쉬운 상황에서 '허위 공시' 의혹이 불거진 반도건설은 입장 자료를 통해 "한진 측이 권홍사 회장의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해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도건설은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개 이후 조원태 회장이 (권홍사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해 만남을 가졌다"라며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은 여러 제안을 먼저 했는데, 이에 대한 권홍사 회장의 대답을 몰래 녹음하고 악의적으로 편집해 언론 기사에 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같은 비상식적인 행위가 과연 대기업 총수가 할 일 인지 묻고 싶다"라며 "조원태 회장을 만난 시기의 (반도건설이 가진) 지분율은 2~3%에 불과했기 때문에 경영 참여 요구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한진칼에 대한 투자는 반도건설을 비롯해 회사별로 단순투자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진칼 역시 같은 날 반박 자료를 내고 반도건설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은 권홍사 회장의 요청으로 지난해 12월 10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임패리얼팰리스 호텔에서 만났다"라며 두 사람의 만남이 권 회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건설 측이 주장한 2~3%대의 지분율 주장과 관련해서는 한진칼의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 내용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지난해 12월 6일 기준으로 반도건설이 가진 한진칼 지분은 6.28%임에도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한진칼은 "이미 상당한 지분율을 보유한 권홍사 회장의 제안은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제안이 아닌 협박"이라며 "경영참가 목적을 숨기고 단순투자로 허위 공시한 행위는 자본시장법에서 엄격히 규율하는 시장 질서를 교란해 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한진그룹과 반도건설 간 공방전이 한진칼 주총의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쟁점을 다루고 있는 만큼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양측은 이날 오후까지 번갈아 가며 공방을 이어갔다. 반도건설은 한진 측이 입장 자료를 낸 지 2시간여 만에 반박 자료를 내고 "권홍사 회장은 조원태 회장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7월경에도 2~3차례 만났다"라며 "당시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은 0~3%대였다"라며 "조원태 회장 측은 불리한 정황은 감추면서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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