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심화된 韓日 갈등…유니클로, 이미지 쇄신 전략 수포되나

코로나19 여파로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지난해 여름부터 불매운동 주 타깃이 된 유니클로의 시름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사진은 11일 오후 유니클로 명동중앙점 입구 모습. /한예주 기자

수차례 지원도 '물거품'…구원투수 사토시 효과는 '미지수'

[더팩트|한예주 기자]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주 타깃 기업인 유니클로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자 구호성금과 마스크 지원 등에 나서며 이미지 쇄신을 위한 노력을 지속했음에도, 한일 양국 간 갈등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초대 대표인 하타세 사토시 패스트리테일링 이사를 '구원투수'로 내세웠지만, 이마저도 해결책이 되기엔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 꼬일 대로 꼬인 한일관계…코로나19 지원에도 소비자 '싸늘'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열린 제8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에서 양측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일본 수출규제 해제 시점을 가늠하기가 어렵게 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한일관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다시 수렁에 빠졌다. 지난 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인 입국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하면서부터다. 정부는 일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와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을 정지하고, 일본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는 맞대응에 나서며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다시 진행하는 등 보다 강경한 수단을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만큼 난감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그간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직격탄을 맞았던 유니클로는 망연자실한 눈치다. 최근 코로나19 지원책을 내놓는 등 이미지 쇄신에 나섰지만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유니클로는 수차례 코로나19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실패했다. 11일 오후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예주 기자

한국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경북 지역의 의료진을 위한 구호성금 5000만 원과 약 1억2000만 원 상당의 기능성 의류를 기부했다. 지난달에도 대구 지역 내 취약계층 아동과 관련 시설 근무자들에게 1만5000장의 마스크를 기부했으며,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긴급 물품 구입 성금으로 1500만 원을 지원했다.

당시 유니클로 측은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마음을 담아 마스크 지원을 결정했다"며 "유니클로 임직원들 역시 안전과 위생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며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일 양국 갈등이 재현되면서 이 같은 노력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는 유니클로의 코로나19 지원책과 관련 "고마운 일"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도 불매운동과 별개라는 냉정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고마운데 그래도 우리가 친군 아니다", "지원은 지원이고 불매는 불매다", "일본 정부가 사사건건 '한국 죽이기'를 하는 이상 일본제품 불매는 계속된다" 등의 날 선 글을 남기고 있다.

유니클로도 악화된 한일 관계를 극복하기 위한 별다른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유니클로 명동중앙점 오픈 당시 하타세 사토시 대표 모습(오른쪽). /뉴시스

◆ "구관이 명관?" 하타세 대표도 방안 없다

그간 유니클로는 불매운동 여파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국내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2019 회계연도(2018년 9월~2019년 8월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4.93% 줄어든 199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한국 시장에서 1000억 원 내외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유니클로는 지난달에만 상봉점, 엔터식스 강변점, 엔터식스 왕십리점, 현대백화점 중동점 등 총 4곳의 문을 닫았다. 불매운동 이후 폐점 조치된 롯데마트 구리점·이마트 월계점·AK플라자 구로점·종로3가점 등 4곳까지 합치면 총 8곳이 셔터를 내렸다.

유니클로 측은 이와 같은 폐점이 일본 불매운동 여파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직격탄을 맞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유니클로는 경영진의 한국 비하 발언과 전범기·욱일기 티셔츠 판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모욕·조롱 광고 논란 등으로 불매운동의 대명사가 됐다"며 "불매운동이 잠잠해졌다고 하지만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자동차 다음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최근 에프알엘코리아는 하타세 사토시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수익성을 올리기 위한 박차를 가했지만 야심차게 꺼내든 카드가 통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하타세 대표는 한국에 유니클로가 처음 진출했던 2005년 에프알엘코리아 초대 공동대표를 역임해 8년간 유니클로를 한국시장에 안착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내 유니클로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하타세 대표가 등장했지만, 가격이나 품질 문제가 아닌 이상 그도 방도가 없을 것"이라며 "국민적인 정서가 점차 나빠지는 상황에서 매출 부진이 심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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