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우체국·약국·하나로마트 "아직 안 팔아요"
[더팩트|이민주 기자] 정부가 27일부터 공적 판매처를 통한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마스크를 살 수 있는 곳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간 우체국에는 마스크가 아닌 '미판매' 글귀가 적힌 안내문이 사람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고, 아파트 밀집 지역에 있는 약국과 하나로마트에는 오전부터 쏟아지는 문의 전화와 고객 항의가 끊이지 않았다.
<더팩트> 취재진은 마스크 판매가 시작된 27일 서울 및 경기 소재 공적 판매처를 방문했다.
◆ 우체국, '서울 미판매' 안내문에도 발길 이어져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우체국 지점에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지만 누구도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었다.
유리로 된 지점 출입구 양면에 각각 '보건용 마스크 우체국창구 판매 계획 안내문'이 붙었고, 그 위로 '서울지역 우체국 판매 안 함'이라는 문구가 빨간색 매직으로 덧쓰였다.
"마스크 없나요"라는 사람들의 질문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한 직원은 눈길 조차 주지 않고 "없어요"라는 짧은 답변만 내놨다.
이 직원은 "오전부터 마스크를 구매하러 온 고객들이 많았다. 오전에는 일반 업무를 보기 어려운 만큼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라며 "안내문 내용을 참고하시라고 안내하는 동시에 인근 하나로마트로 가보시라고 말씀드리면서도 미안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인근에 아파트에 거주한다고 밝힌 이모(47)씨는 "뉴스에서 우체국에 가면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하길래 부랴부랴 (마스크를) 사러 나왔다"며 "근데 없다니 황당하다. 지금 약국 한 곳을 들러 여기에 왔는데 두 곳 모두에서 마스크를 못 샀다. 하나로마트로 가보려고 하지만 큰 기대는 없다"고 했다.
◆ 하나로마트 직원, 고객에 연신 사과 "죄송합니다"
하나로마트의 상황도 우체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포구 소재 하나로마트 입구에도 '보건용 마스크 판매예고 안내문'이 붙었다. 하나로마트는 이를 통해 "마스크 물량을 확보 중에 있다"며 "물량 확보 즉시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내부로 들어서자 고객서비스센터 앞으로 모인 고객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원은 연신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고객들은 연신 "마스크 없나요", "마스크 다 팔렸나요", "마스크 언제 들어오나요", "마스크 언제부터 파나요" 등의 질의를 쏟아냈다.
해당 지점 고객센터 직원은 "(마스크를 판매할) 준비가 안 됐다"라며 "아직 판매할 물량이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언론 등에서 오늘부터 판매한다고 안내를 하는 바람에 매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앞서 우체국에서 만난 남성 고객을 하나로마트에서 다시 만나는 일도 있었다. 이 고객은 "우체국 갔다가 없어서 여기(하나로마트)로 왔는데 여기도 없다"며 "뉴스 보고 왔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나중에 온라인(농협몰)으로 구매하라는 데 어렵다. 인근 약국으로 가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하나로마트 측은 물량을 확보하는 대로 공급 중이라고 해명했다.
하나로유통 관계자는 "당초 3월 초 정도에 마스크 물량을 확보해 공급할 예정이었지만 이미 조금씩 물량을 확보 중에 있다"며 "26일 9만 장, 27일 22만 장을 확보했다. 이 중 16만 장을 대구·경북 지역에 공급하고 15만 장은 전국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약국, 빗발치는 문의에 영업 차질…"종일 마스크 문의만"
약국 역시 오전부터 쏟아지는 문의 전화로 몸살을 앓았다. 대부분의 약국이 문 앞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을 걸어둔 채로 영업하고 있었다. '마스크 없음', '언제 올지 저희도 몰라요' 등의 문구가 붙었다.
은평구 소재 약국 운영 약사는 "오늘 점심에 마스크 없다는 말만 스무 번도 넘게 했다. 정부가 오늘부터 마스크를 푼다고 했는데 정작 현장에서 직접 받은 건 하나도 없다"며 "손님들은 정부 말만 듣고 전부 마스크 사러 약국으로 오는데 약사는 아무것도 몰라서 뉴스 검색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한 약국에서도 "온종일 마스크 문의뿐이다. 정부에서 얘기한 마스크는 물량확보는 둘째치고 가격협상도 제대로 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구체적으로 공지를 해야지 혼란만 키우는 것 아니냐"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약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10여 분 동안 상황을 지켜봤다. 20대 여성 4명, 30대 남성 1명 40대 여성 1명, 60대 남성 1명 등 7명의 손님이 정부에서 고지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을 찾았다 발길을 돌렸고, 3통의 문의 전화가 왔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약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당 약국에서 근무하는 한 약사는 "아침부터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방문객도 급증했다. 문 열기 전부터 고객들이 줄을 섰다는 곳도 있더라"며 "고객들은 기사를 보고 약국을 찾고, 약사들은 언제 물량이 도착할지 모르는 상태라, 현장이 매우 혼란하다. 언쟁이 벌어지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약사들도 언제 마스크가 들어올지 모른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인근 또 다른 약국의 약사는 이어 "도매상 업체 한 곳을 통해 모든 약국에 100장씩 뿌린다는 소문만 들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정확한 공문이나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다며 "나(약사)조차도 어제 기사를 통해 약국 마스크 판매 사실을 접했다"고 말했다.
강북구 소재 약국에서 만난 약사는 "오늘 마스크를 사러 온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3월 중순쯤에나 들어온다고 연락을 받았다"며 "약국에 마스크가 떨어진 지 오래"라고 답했다.
한편, 정부의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 수급 조정조치'의 일환으로 지난 25일 마스크 수급을 위해 생산업체의 당일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적 판매처에 출하하도록 조치했다. 이렇게 확보된 마스크는 27일부터 약국 150만 장, 우체국·농협(하나로마트) 200만 장, 총 350만 장이 판매될 예정이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