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심각'] 보험설계사 영업 '비상'… "누가 만나주나, 알바해야 할 판"

코로나19가 확산에 따라 일부 보험사 사무실이 속속 폐쇄됐다. 대면영업을 주로 해왔던 보험설계사들은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효균 기자

코로나19 확산…고객, 보험설계사 기피현상 심화

[더팩트│황원영 기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보험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고객들이 면대면 접촉은 물론 대화까지 꺼리면서 대면 업무가 필수적인 보험설계사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베이비페어 등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대규모 대면영업 채널도 막혔다. 보험사 영업점은 속속 임시 폐쇄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빌딩에 입점한 KB손해보험 대구점은 24일부로 임시 폐쇄됐다. 대구점이 입점한 대구빌딩 내 타사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데 따른 조치다. 이 빌딩에 함께 입주해있는 KB국민은행과 KB증권, KB국민카드, KB생명보험 등 KB금융 계열사 영업점들도 이틀간 임시 폐쇄했다.

삼성화재도 지난 20일 대구 수성구 사옥에 근무하던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이 사옥을 폐쇄하고 직원 170여명을 2주간 자가격리하도록 했다.

삼성생명은 대구중앙지역단 직원 중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밝혀져 해당 지역단 전체 인원을 자가 격리했다.

보험설계사들의 대면영업 활동은 중단된 상태다. 당국이 외출 자제를 권고하는 상황에서 대면영업을 위해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역시 보험설계사나 영업사원과 만남을 꺼리고 있다.

한 보험설계사는 "연금 보험에 가입하겠다는 고객과 만나기로 했으나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돼 결국 이틀 전에 약속을 취소했다"며 "전화나 문자로 꾸준히 상담이 들어왔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잠잠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설계사 역시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온라인영업을 주로 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고객들이 많아서 대면영업은 아예 접은 상태"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대구베이비&키즈페어', '코엑스 베페 베이비페어' 등 전시회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보험사의 대면영업이 더욱 어렵게 됐다.

최근 한 보험설계사가 코로나 확진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객들의 기피 현상이 심해졌다. 사진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관광객과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동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태아보험이나 어린이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들은 페이비페어에 참석해 부스를 열고 다양한 이벤트를 펼친다. 소비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다 보니 가입자 유치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통상 4~5개 보험사가 참여해 고가의 사은품까지 내걸며 영업활동을 벌여왔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이 같은 영업 행위가 불가능해졌다.

최근에는 보험설계사가 코로나 확진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객들의 대면영업 기피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지난 2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113번째 확진자는 전주 완산구에 있는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보험설계사다.

대규모 행사들이 잇달아 중단된 데다 보험설계사 확진자까지 나오자 영업사원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대면영업에 대한 기피 현상이 지속될 경우 판매실적이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집 실적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만큼 보험설계사들 사이에서는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병했을 때 전속 채널 보험료가 한 달 새 26%가량 감소한 바 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을 때도 매달 실적이 감소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고객들을 직접 만나 적정한 상품을 추천하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크게 늘면서 대면영업 비중을 줄이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며 "소비자들 역시 온라인이나 모바일 보험 가입을 선호하고 있어 영업 방식을 놓고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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