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금리에도 은행에 돈 몰린다…왜?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은행 예적금 상품 금리가 0%에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의 예금 상품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나은행 영등포금융센터를 찾은 시민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이선화 기자

 대내외 불확실성 및 DLF·라임 사태 등에 따른 불안감 증폭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예금 이자율이 0%대까지 떨어졌지만, 시중은행의 예금 상품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 1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1조2639억 원으로 605조5474억 원인 전년 동기 대비 41조7975억 원 늘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646조810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동안 1조2639억 원이 증가한 것이다.

신한은행의 1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122조623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6%(13조9805억 원) 증가했다.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140조4916억 원으로 9.16%(11조7949억 원) 늘어났다. 하나은행도 119조4612억 원에서 134조838억 원(12.25%) 증가했으며, 우리은행도 115조1801억 원에서 120조2999억 원으로 4.44%의 증가율을 보였다.

은행들은 지난해 한국은행의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정기예금 금리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예금 상품 금리가 하락하며 0%대에 진입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금 자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KB국민은행은 '국민수퍼정기예금 단위기간금리연동형' 상품의 1~6개월 금리를 0.7~1.1%에서 0.6~1.0%로, 우리은행은 'WON(원) 예금'의 금리를 가입 기간에 따라 연 0.5~0.95%에서 연 0.5~0.87%로 낮췄다. 이 상품의 12개월짜리 기본금리는 연 0.84%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금리 인하 기조 여파로 시장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들도 수신 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시중은행의 예금 상품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팩트 DB

업계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강력한 부동산 규제, DLF·라임 사태로 인한 불안감 등으로 인해 원금보장 상품으로 자금이 쏠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가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내고자 해외 연계 금리 파생결합상품(DLF) 등에 투자했다. 이러한 투자 상품들의 대규모 원금 손실 발생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즉, 이자가 적더라도 안전한 은행에 돈을 맡기겠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 올해부터 도입된 새 예대율(예금에 대한 대출금의 비율) 규제를 앞두고 지난해 은행들이 고금리 상품 등을 통해 수신액을 늘린 것도 정기예금 잔액이 늘어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소득세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최근 금융권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DLF와 라임 사태 등의 영향으로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에 돈을 묶어두려는 심리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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