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부 장관 "사스, 메르스보다 타격 크다"
[더팩트|김포공항=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국내 항공사 CEO들을 불러 모은 만큼 구체적인 지원방향과 해결법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김현미 "공항 사용료 감면 등 지원 검토"
10일 국토교통부는 오후 2시 한국공항공사 2층 대회의실에서 '항공사 CEO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포함한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 등 10개 항공사 CEO가 출석했다.
김현미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항공수요 및 업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과거 사스나 메르스 사태보다 항공 업계에 더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 2003년 7월 발병한 사스 감염증은 발병 4개월 만에 항공 수요가 8.4% 감소했고, 2015년 메르스의 경우 한 달 만에 12.2%가 감소했다. 반면 신종 코로나는 발병한 지 2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항공 수요가 32.5% 급격히 떨어지는 추세다.
그는 "2003년 사스 당시보다 국제 항공 여객 규모는 4배 이상 성장했고, 항공사도 2개에서 10개로 늘어난 상황을 감안하면 항공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 지원방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임을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5일부로 중국노선 운항감축에 따른 항공사 부담완화를 위해 한·중 운수권과 슬롯 미사용분 회수유예 조치를 즉각 시행했고, 이후 대체노선 개설을 위한 사업계획 변경, 수요탄력적인 부정기편 운항 등 신속한 행정지원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업계 파급영향 등 피해정도에 따라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유예·감면 등 단계별 지원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적자행진 항공업계 "오늘 자리 반갑다"
현재 국내 항공사들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일본여행 불매운동과 홍콩시위 장기화, 환율 및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비상 상황에 봉착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거의 모든 회사가 적자를 기록하며 불황을 그대로 직면하고 있다.
항공업계 1위 대한항공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910억 원으로 2018년(6680억 원) 대비 56.4% 줄었다. 순손실 규모는 2018년 1070억 원에서 2019년 5710억 원으로 뛰었다.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영업적자 57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도 890억 원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각각 490억 원, 19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실적 부진이 불가피했다"며 "올해 초부터 신종 코로나가 터져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오늘같은 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반갑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언급됐던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김 장관은 신종 코로나의 유입 최소화와 이용객 보호를 위해 공항과 항공기 현장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항공사, 공항공사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김 장관은 "신종 코로나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긴밀히 대응하고, 정부와 항공업계가 협심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해달라"고 당부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