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휴직 앞다퉈 권하는 항공사 "할 수 있는 조치 다 하겠다"
[더팩트|한예주 기자] 희망휴직, 무급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되자 항공업계가 꺼내든 카드다. 이미 중국 노선의 80% 이상을 운항 중단 또는 감편하기로 결정한 국내 항공사들이 연료비 다음으로 많이 든다는 인건비를 아껴 불황에 대처하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일본여행 불매운동과 환율 및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경영 위기에 봉착한 항공업계가 악화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서울은 오는 5월까지 희망자에 한해 단기 휴직을 받기로 했다. 휴직 기간은 2주∼3개월 내에서 본인이 정할 수 있게 했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중국 운항을 모두 중단하면서 단기적으로 인력이 남았기 때문"이라며 "신종코로나로 아이들의 등교·등원이 미뤄지고 있어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휴직 기회를 활용해 자녀를 돌볼 수 있고, 휴식이 필요한 직원들도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티웨이항공도 사내게시판에 오는 19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휴직을 받는다는 글을 공지했다. 신청자가 3월 한 달 내에서 임의로 휴직 기간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처럼 연속된 악재가 겹쳐 퇴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려운 시기는 없었다"며 "기재운영의 최적화, 효율적인 인력운영, 투자계획 재조정, 불요불급한 비용지출의 억제를 통해 매출감소를 방어하고 비용절감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15일~3개월까지 무급휴직제도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 제주항공도 지난달 운항·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연차에 무급휴가 등을 합쳐 최대 1개월까지 쉴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저비용항공사(LCC)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풀서비스항공사(FSC)까지 희망휴직과 무급휴가 등에 동참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작년 11월부터 직원들의 자기계발, 가족 돌봄, 재충전 등을 위한 3∼6개월의 단기 희망 휴직제를 시행하고 있다. 운항승무원 등을 제외하고 근속 만 2년 이상의 휴직을 희망하는 직원이 신청에 따라 최대 6개월까지 휴직할 수 있는 제도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에 본사 영업 등 일반직 직원에게 최소 15일에서 최대 2년의 무급휴직을 필수적으로 신청하도록 해 올해 4월까지 무급휴직을 진행하게 된다.
항공업계는 업황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일본여행 불매운동 여파가 채 가시지도 전에 신종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자 여객 수요가 절반 이상 급감하는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작년 일본 여객 수요 감소에 대응해 중화권 노선을 확대했다"며 "'노 재팬'에 이어 '노 차이나'까지 번지자 해외여행 이용객 수가 참담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을 오간 승객은 이달 1일 2만946명, 2일 2만609명, 3일 1만8818명, 4일 1만5564명, 5일 1만293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종 코로나가 발병하기 이전인 지난해 12월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을 오간 하루 평균 승객 3만6077명보다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종코로나 확산 속도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훨씬 가파르다"며 "그로 인해 중국노선 여객 수요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고 해외여행 수요 자체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 확대와 제조업체들의 조업 정상화 지연으로 항공 화물 수요도 단기간 큰 폭의 감소가 예상돼 항공사 실적에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비용 절감을 위한 무급 휴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올해 1분기까지는 실적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돼 할 수 있는 조치는 최대한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