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대구 북구 '읍내행복주택' 잘못된 도면으로 국토부 사업승인 받아
[더팩트|윤정원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구 북구 소재 '읍내행복주택' 건립 과정에서 기존 어린이보호구역과 횡단보도를 임의 삭제한 도면을 제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읍내행복주택은 철거작업을 완료하고 토목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LH는 대구 북구 소재 읍내행복주택 공사장과 조계종 사찰 화성사 사이에 있는 어린이보호구역과 횡단보도를 임의삭제한 도면을 국토부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읍내행복주택 주차장 출입구를 동측에 내기 위함인데, 사업승인 주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는 현재 존재하는 어린이보호구역과 횡단보도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변경된 도면만 보고 사업을 승인했다.
횡단보도는 교통안전시설물로, 이설, 신설, 철거는 교통규제심의위원회 심의상정 대상이다. 읍내행복주택 관할소인 대구강북경찰서는 "경찰에서는 (어린이보호구역 해제와 횡단보도 이설 등과 관련한) 정식문서 협의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고, 국토부 승인건은 경찰에서도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구강북경찰서는 "기존횡단보도를 철거 및 이설하는 것은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교통, 주변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부분임으로 횡단보도 이설 및 철거 요청문서 접수 시 교통안전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LH 측이 어린이보호구역과 횡단보도 철거와 관련해서는 문서로 접수한 사실 및 행정절차를 진행한 사실도 없다는 설명이다.
LH는 동측 방향으로 주차장 출입구를 내기 위해 교통영향보고서에서도 횡단보도의 위치를 바꾸고 어린이보호구역 표시를 지웠다. 주민들은 차량 진입이 거의 없는 북측으로 출입구를 내면 된다는 견해이지만 LH는 동측 방향을 고수하고 있다.
한 북구 주민은 "동측에는 차도 많이 다니고 어린이보호구역이라 현재도 교통체증이 심각한데, 동측에 출입구를 내면 체증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안전문제도 불거지기 쉽다"며 "기존 어린이보호구역을 없애면서까지 동측에 출입구를 내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측 지하차도에서 나오는 차량들은 북측도로로 우회전이 불가능하기도 하고 평소 북측에는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다. 지금 공사차량들도 계속 북측에 세워두고 있다. 이 북측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꾸고 출입구를 북측에 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H 대구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읍내행복주택은 칠곡1택지개발지구에 속한다. 출입허용구간이 동측으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위치를 바꾸는 것은 불가하다. 과거 북측으로 주차장출입구를 바꾸는 것을 검토한 적은 있으나 도시위원회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구청과 대구시에서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동측에 주차장 출입구를 내면 교통체증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서는 "기존 인도 하나를 차도로 바꾸고 단지 안쪽에 인도를 다시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제출 도면에서 어린이보호구역이 임의삭제되고 횡단보도의 위치가 바뀐 것에 대해서는 "도면 상에서 어린이보호구역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기 때문에 그 부분은 표시가 생략된 것 같다. 도면상에 횡단보도 위치가 바뀐 상태로 사업승인을 받은 것은 맞지만 차후 주민들의 견해를 모아 강북경찰서에 위치 이전을 시도하면 좋을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되지 않으면 실제 기존 횡단보도는 그대로 두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LH는 사업비 467억 원을 들여 북구 읍내동 일대 4250㎡에 18층짜리 아파트 3개 동, 400가구 규모로 행복주택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건축물 높이과다, 교통체증유발 등의 주민 민원이 이어져 규모를 줄였다. LH는 아파트 3개 동을 10층짜리 252가구로 줄이고 주차장도 지하로 내려 아파트 구조를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상주차장은 지하 1층~지상 6층에서 지하 1층~지하 3층 규모로 수정했다. 주차면은 기존 330세대에서 209세대로 축소했다.
LH는 사업 변경 과정에서도 교통영향분석을 재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규모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재평가 생략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새로운 사업 과정에서 평가를 건너뛴 것은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
화성사 관계자는 "여태까지는 LH가 공기관이기 때문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다고 생각해서 안전대책 마련 목소리만 내왔는데 충격"이라며 "도면에서 어린이보호구역이 제외되고 횡단보도 위치도 바뀌어있는 상황인데, 이것이 출입구와 관련해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라면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횡단보도 신설이나 이전 등이 계획돼 있는 것이라면 당초 건축심의 과정에서 추가계획을 명시해야 한다"면서 "조건부 승인이 난 것도 아니라면 잘못된 도면을 제출한 것은 문제시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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