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점포 잡겠다" 편의점 업계 '상생 카드' 통할까

편의점 업계가 올해 재계약을 앞둔 점포를 잡기 위해 가맹점과의 상생안을 발표했으나 정작 점주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민주 기자

GS25·CU·세븐일레븐, 2020 상생지원제도 발표…점주들 '글쎄'

[더팩트|이민주 기자] 편의점 업계가 올해 3000개점 재계약을 앞두고 점주와의 상생 지원제도(상생안)을 발표했다. 각종 규제로 신규 점포 확대에 발목이 잡힌 업계가 올해 '점포 수 탈환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생안이 실효성을 두고 점주들의 반응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일명 '편의점 업계 빅3'로 불리는 GS25·CU·세븐일레븐은 전날(3일) 가맹점과의 상생 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 시행에 나섰다.

업계는 매년 경영주협의회와 협의해 상생안을 체결 및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상생안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편의점 근접출점 규제 등으로 신규 점포 확대에 발목이 잡힌 업계가 점포 빼앗기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재계약을 앞둔 점주들을 끌어올 수 있는 묘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재계약을 앞 둔 편의점 수는 3000개에 달한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출점한 편의점 수는 2964개다. 편의점과 본사는 평균적으로 5년을 기간으로 가맹 계약을 맺는다고 알려져 있는만큼, 올해 계약을 유지하거나 다른 브랜드로 갈아탈 수 있는 편의점은 3000개 수준인 셈이다.

먼저 업계 1위인 GS25는 '新(신)상생지원제도'라는 이름의 안을 발표했다. 지원 규모는 1500억 원이며 기존 제도에 더해 7개 지원안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신설된 안은 △차별화 먹거리 우수 운영 가맹점 특별 지원 △재계약 가맹점 담보 설정 금액 인하(기준 충족 시) △GS25 전용앱(나만의 냉장고) 활용 우수 점포 지원 △경제재난지역(매출부진지역) 판촉 비용 지원 △명절 당일 경영주 경조사 휴무 신청 제도 △택배 보험 신설 및 횡령 보험 확대를 통한 가맹점 운영 리스크 예방 제도 △최저 가격 수준의 엔젤 렌터카 연계 서비스다.

편의점 3사(GS25·CU·세븐일레븐)는 이날 경영주협의회외 협의를 통해 체결한 상생 지원안 내용을 공개했다. /이민주 기자

여기에 기존 상생안도 지속해서 운영한다고 했다. 기존 안은 가맹점 전기료 지원, 가맹점 이익 배분율 8% 인상, 저 매출점 기준 마련을 통한 희망 폐업 지원, 미래성장 먹거리 상품 운영 지원 등이다. 이외에도 다점포 가맹비 할인, 경영주 경조사 지원, 법률 자문 서비스 등 제도도 운영 중이다.

신규 가맹 경영주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 프로모션도 준비했다. 1990년에 태어난 가맹 희망자에 가맹비 100만 원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또 1990년 3월 31일에 태어난 가맹 희망자에는 가맹비를 50%(350만 원)까지 할인해준다.

지난해 말 GS25에 점포 수 1위 자리를 내준 CU도 '가맹점 상생 협약' 내용을 공개했다. CU 협약은 기존 지원 사항을 기반으로 가맹점주의 권익 향상과 점포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으로 구성됐다.

올해 새롭게 포함된 내용은 영업 위약금 감경 및 면제, 초기안정화 기간 확대, 영업지역 변경 요건 확대다. 이외 기존에 운영하던 지원안도 그대로 운영한다. 내용은 △브랜드 광고 및 점포환경개선 비용 전액 본부 부담 △신용카드 등 수수료 지원 △장기운영 장려금 △경조사, 상조, 출산 지원 △상생 펀드 △근무자 안심보험 및 배상책임보험 등이다.

여기에 장기 운영 가맹점주의 원활한 계약 갱신 및 운영을 도모하는 준수사항을 추가하고 가맹점주의 수익 배분율을 기존 업계 평균인 60%대에서 최대 80%로 높여 수익성을 높였다.

세븐일레븐도 이에 질세라 경영주의 점포 운영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 제도를 발표했다.

신설된 상생안은 '시설장비 유지보수 지원 확대'다. 기존 가맹점과 본사가 배분율대로 분담하던 것을 본사에서 100% 지원(기존점 대상)하기로 했다.

편의점 업계가 해지비용 감면, 수수료 지원 등 기존안에 더해 새로운 상생안을 내놨지만 점주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인건비 인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금전적 지원 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주 기자

올해도 유지되는 현행 제도는 △1000억 원 규모의 가맹점 상생 펀드 △푸드 폐기지원 확대(기존 20%에 추가 20%) △상온·냉장 폐기지원 확대(기존 대비 25% 인상) △저수익 가맹점 해지비용 50% 감면 △안정투자형 가맹타입 신설 △가맹점 소통 채널 신설(경영주편의연구소) 등이다.

이외에도 부진 점포 회생 프로그램, 우수점포 메이트 특별 채용, 경영주 자녀 채용 우대, 경영주 자녀 방학 캠프 등의 복지도 제공한다.

그러나 이같은 업계의 상생안 발표에도 일부 점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작년에 내놓은 상생안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점주들에게 금전적 혜택을 줄 수 있는 실질적 보상안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상생안이라고 발표된 것을 봤으나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더라"며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내놓은 관련 가이드라인을 충족하기 위해 몇가지를 추가한 정도가 전부인 것 같다. 협의 과정에서 점주들의 의견을 잘 들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편의점 점주는 "실질적으로 점주들에게 도움이 되려면 그들이 가장 고충을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점주들은 최근 몇 년 간 큰 폭으로 오른 인건비 상승으로 가장 힘들어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금전 지원이 필요하다. 인건비 인상분의 다만 몇 퍼센트라도 본사가 나눠 부담하는 것이 진정한 상생안이 아니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나마 세 업체가 내놓은 상생안이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진 것은 같다"며 "만일 재계약을 앞둔 점포라면 운영 매장 형태나 현재 수익 구조를 잘 고려해 어떤 업체의 안이 가장 효율적일지를 판단해 재계약하는 것도 수익성을 제고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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