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총수 장형진, 핵심 계열사 주식 매매…'3세 경영' 본격화?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이 지난해 12월 계열사 고려아연 주식 2만931주를 매도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장형진 고문, 그룹의 핵심 과제 순환 출자 고리 해소작업 박차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재계서열 26위 영풍그룹 총수 장형진 고문이 주식 매매를 통해 지배구조를 손보는 등 그동안 그룹의 핵심 과제로 꼽혔던 순환 출자 고리 해소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형진 고문은 영풍그룹 공동창업주인 고(故) 장병희 회장의 차남으로 1993년 회장에 취임해 회사를 이끌었다. 그는 자신이 경영하는 동안 형성된 지배구조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3세로의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형진 고문은 지난해 12월 주력 계열사 고려아연 주식 2만931주를 매도했다. 같은 달 28일 영풍의 전자 계열사인 테라닉스는 공시를 통해 고려아연 2만931주를 매입했다고 알렸다. 한 주당 취득 단가는 42만9314원으로 총 89억8596만8000원 규모다.

장형진 고문이 매도한 고려아연 지분을 테라닉스가 가져간 것이다. 테라닉스의 고려아연 주식은 총 2만1231주(지분율 0.11%)가 됐다. 인쇄회로기판을 생산하는 테라닉스는 영풍 계열사 코리아써키트와 장형진 고문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다.

재계에서는 장형진 고문의 주식 매도를 순환 출자 구조를 정리하기 위한 자금 확보로 보고 있다. 순환 출자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A→B→C→A' 처럼 순환적으로 출자하면서 거대한 '가공자본'을 창출하는 출자방법이다. 재벌그룹들이 적은 자본금을 가지고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는 방법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한정된 자본으로 다수의 계열사 보유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계열사 중 한 곳이 부실해지면 다른 계열사로 연쇄적인 피해를 줄 수 있고, 투기자본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문제도 있다.

장형진 고문은 지난해 서린상사가 보유한 영풍 지분을 취득하면서 순환 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더팩트 DB

앞서 영풍그룹은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따라 순환 출자 고리를 끊는 작업을 해왔다. 장형진 고문은 지난해 서린상사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6%를 취득했다. 영풍이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고 서린상사는 지배구조 가장 밑에 있는 회사다. 서린상사는 고려아연의 지배를 받고, 영풍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다. 서린상사가 영풍의 지분을 들고 있어 순환 출자 구조가 형성돼 있었다. 장형진 고문이 서린상사의 영풍 지분을 취득하면서 순환 출자 고리가 해소됐다.

1946년생인 장형진 고문은 지난 2015년 3월 그룹 지주사인 영풍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다. 이어 회장 직위도 고문직으로 바꿨다. 그동안 쌓은 경영 노하우를 회사에 조언해 주는 역할이다. 경영 일선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회사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순환 출자 구조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창업주 아들인 장형진 고문이 3세로 세대교체가 끝나기 전에 그룹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장형진 고문은 일찌감치 자녀들에게 주식을 나눠주었다. 현재 장남인 장세준(46) 코리아써키트 대표가 16.89%, 차남 장세환(40) 서린상사 대표 11.15%, 장녀 장혜선(39) 씨가 0.52%의 영풍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영풍그룹은 장형진 고문의 주식 매매에 대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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