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절 기간까지 겹쳐 건설업계 우려 증폭
[더팩트|윤정원 기자] 중국발 '우한 폐렴' 사태로 인해 건설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외국인, 특히 조선족 및 중국인의 비중이 큰 건설현장에서 우한 폐렴 감염 확산이 일어날 수 있는 탓이다. 중국 춘절 기간(1월 24일 ~ 2월 2일) 전후로 중국인 근로자들의 고향 방문 가능성도 높은 데 따라 우려의 시각은 더욱 짙어지는 모습이다.
대한건설협회 의뢰로 한국이민학회가 조사 및 발표한 '건설업 외국인력 실태 및 공급체계 개선방안'에 따르면 2018년 5월 기준 전국 건설현장에는 22만6391명의 외국인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조선족이 52.5%, 중국 한족이 26.4%, 기타 외국인이 17.1%를 차지한다. 중국인만 해도 78.9% 규모에 달한다. 불법 체류 중인 건설현장 내 외국인까지 합치면 전체 외국인 근로자와 중국인 근로자의 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국내 건설현장에 중국인이 많은 까닭은 단연 현장에서 근무할 국내 인력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청년 실업률, 계속되는 취업난 속에서도 건설 현장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통계청의 '2019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2013년(8.0%) 이후 최저 수준인 8.9%다.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은 22.9%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다.
과거에는 방학기간 용돈 및 학비를 벌기 위해 속칭 '노가다'를 뛰는 대학생들도 으레 있었으나 이마저도 사라진 지 오래다. 고학력화에 따른 노동공급 특성, 임금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에 따라 지속된 청년층의 건설업 진입 기피 성향은 나날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18∼2022년 건설기능인력은 9만5000명이 초과 수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향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건설업계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지역 건설업체 대표는 "(현장에) 열에 일곱이 중국인이고 한국인이 1~2명 있는데, 그 경우도 50대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현재 근무 중인 국내 인력들이 일흔, 여든 돼서도 일을 계속 하겠나. 결국 외국인 근로자들로 현장이 가득 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근로자가 잠식한 건설 현장 내에서 그나마 보이는 국내 근로자들의 연령대는 계속해 오르는 추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의하면 건설기능인력 중 4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58.8%에서 2017년 83.5%로 크게 뛰었다. 건설업 생산인력의 빠른 고령화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우한 폐렴으로 불거진 중국인 근로자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건설업계의 경우 본래 외국인 근로자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불법체류 근로자들로 인한 업계 피해도 상당수인 데다 외국인들이 지역 근로자의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비판도 거센 탓이다. 외국인들끼리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담합해 단체 파업에 나서는 경우도 잦다.
한 중소 건설업체 대표는 "근무 연장 등에 대한 추가 수당 요구 등은 수긍할 수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들끼리 임금 최저 마지노선을 정해 그 이상을 주지 않으면 근무하지 않겠다고 '배째라' 식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며 "그래도 당장 공사를 멈추게 되면 공기 연장에 대한 비용 부담이 크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임금을 올려주고서라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건설사들은 일단 우한 폐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장별로 연휴 기간 중국 방문 사실은 물론 우한 지역 방문자 접촉 사례를 확인하고 있다. GS건설은 전체 근로자 현장 출근 시 1일 1회 체온을 측정하고 현장 내 전체 집합교육은 지양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호반건설은 건설 현장인력에 대해 발열이나 기침 등 의심 증상 확인시 출근 전 현장사무소에 통보하게 하고, 작업 참여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금호건설은 현장인력을 대상으로 최근 한 달 이내 중국 출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중국 뿐 아니라 최근 2주간 해외여행을 다녀온 직원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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