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손보 노조 "고용안정 보장 없는 매각 중단하라" 요구
[더팩트│황원영 기자] 더케이손해보험(더케이손보) 인수로 8년 만에 인수합병(M&A)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가 암초에 부딪혔다. 더케이손보가 수 분기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고용 보장 문제도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더케이손보 노조는 매각 중단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더케이손해보험지부는 28일 성명서를 내고 고용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회사 매각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구조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회사 매각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직원공제회는 매각자의 의무인 '고용안정협약'을 아직 노조 측과 체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소한의 신뢰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케이손해보험지부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는 지난 16일 노조 측과 고용안정협약안에 잠정 합의했으나 하나금융이 이에 반대해 무산됐다.
노조는 "노사 교섭의 신의성실 원칙을 어긴 것"이라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역시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직원공제회와 하나금융이 서로 네 탓으로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더케이손보 지분 100%를 보유한 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말 자회사 매각을 추진해왔다. 이에 더케이손보 내부에서는 인수합병 이후 고용 보장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퍼졌다.
노조는 노동자의 고용안정 보장 없이 매각을 시도할 경우 총력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차성수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을 대상으로 낙선 운동도 펼치겠다고 밝혔다.
더케이손보는 2003년 자본금 200억 원으로 설립한 손해보험사다. 온라인 자동차보험사로 시작해 일반보험과 장기보험까지 취급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2014년 종합손보사로 승격했다. 지난해 말 M&A 시장에 나왔는데 하나금융이 입찰에 참여하며 단독 인수 후보가 됐다. 하나금융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더케이손보의 지분 70%를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인수가는 1000억 원을 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측은 합의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인수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이달 중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나금융은 더케이손보의 종합손해보험 라이선스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더케이손보의 강점인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디지털에 특화된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디지털 인재 영입이 불가피하다. 고용 승계를 약속할 경우 하나금융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작업이 늦어질 수 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더케이손보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는 고용안정협약안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 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서로 다른 영업조직과 문화를 통합해야 하는데 고용 보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승계 문제와 더불어 실적 개선도 고민거리로 자리 잡았다. 현재 더케이손보 자산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8953억 원, 자기자본은 1469억 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2018년 3월 말 당기순손실 137억 원으로 적자 전환한 뒤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당기순손실은 111억2400만 원이다.
손해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8년 12월 말 90%대를 기록한 후 2019년 9월 말 92.66%까지 올랐다. 이는 11개 국내 손보사 중에서 2번째로 높은 수치다. 더케이손보가 주력하는 사업이 자동차보험이라는 점 역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실손보험과 더불어 자동차보험은 손해보험사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따라서 자동차보험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를 위해서는 자산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업계 내에서 하나금융이 더케이손보를 인수한 뒤 자본 확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케이손보를 인수하자마자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더케이손보 인수 후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고용 보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자금 지원은) 어느정도 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회사가 더케이손보 직원들의 고용 보장에 반대했다는 노조 측 주장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won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