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에 연예인 아웃? 소주 대박 이끈 전설의 스타 아시나요

주류업체의 소주 광고 모델은 시대별 대세 연예인의 척도가 될 만큼 많은 화제를 모았다. 사진은 소주 광고 모델에 족적(?)을 남긴 연예인의 각 사 광고 포스터.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영애, 아이유, 수지, 이효리.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제공

이영애·이효리·아이유·수지 등 '대세 연예인' 기용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소주를 판매하는 주류업체와 연예인 광고 모델의 관계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남긴다. 소주 광고 모델이 시장 판도를 뒤집어 놓은 사례가 회자되고 있고, 각 업체의 간판 소주 브랜드의 역사와 연예인 모델의 변천사가 궤를 같이 하고 있는가 하면 그 시절 트렌드의 바로미터로 활용되고 있어서다.

다만 최근 이들의 관계는 부침도 감지된다. 정부가 소주병 라벨에 등장하는 연예인 사진이 음주를 미화하고 청소년에 악영향을 준다는 취지로 연예인 광고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바뀌고 있는 술자리 문화, 일부 연예인의 사건·사고 등으로 인해 연예인 광고 모델을 선정하는 일이 예년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는 주류 광고 규제 등이 시행된다면 규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소주의 연예인 광고 모델에 대한 중요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소주는 주류 시장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제품임과 동시에 매출과 직결되는 부분, 기존 유통망과 관계, 경험 했던 광고 효과 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연예인 광고 모델과 관계는 불가결하다는 해석도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제10조에서 정한 주류 광고 기준 규정을 개정해 소주병 라벨에 연예인 사진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는 정부의 방침을 따를 예정이나 소주 광고 모델에 대한 중요도를 무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더팩트 DB

◆ 소주 광고 모델은 '대세 연예인'의 척도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다수의 업체들은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내세운다. 제품의 정보와 이미지를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연예인만큼 널리 알려진 인물을 찾기 어려운 탓이다.

그 중 하나가 주류업체다. '마시는 술만 마신다'는 충성 고객이 주된 소비층을 이루는 주류 시장 특성상 신제품을 출시한 듯한 마케팅 효과를 광고 모델 변화 등을 통해 채워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알콜 도수가 맥주 등 다른 술보다 높은 소주는 신제품 출시에 대한 진입장벽이 매우 높았다.

1998년 판매를 시작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2006년 출시한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 오랜 기간 동안 시장에 유통된 대표적인 소주 브랜드다. 무학의 '좋은데이', 보해양조의 '잎새주', 대선주조의 '대선' 등 특정 지역에 점유율이 높은 이른바 '지역주' 역시 같은 브랜드의 이름을 출시 후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알콜 도수 변화에 따른 동일한 제품군 라인업을 곁들여 출시하거나 트렌드에 맞춰 라벨 디자인만 변경했을 뿐 브랜드 이름은 손을 데지 않았다. 동시에 소주의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이미지를 대중에게 친숙한 연예인 모델을 통해 중화시켜 소주가 대표적인 '대중 제품'으로 발돋움 하는데 가치를 부여해 왔다. 이에 소주 광고는 화장품, 청바지 등 광고와 함께 '당대 톱스타가 아니면 찍을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기도 했다.

다만 최근 소주 시장의 광고 모델은 젊은 여성 연예인이 주를 이루고 있다. 참이슬 아이린, 처음처럼 수지, 대선 마마무, 잎새주 송가인 등이 대표적이다. 여전히 광고 모델의 역할이 소주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톱스타 위주로 선정되지만 소주의 변천사에 따라 모델의 특징도 바뀌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로 과거 소주 광고에는 남성 연예인이 모델로 등장하거나 자연을 배경으로 한 이미지 광고가 주를 이뤘다. 1980년대만 해도 소주의 도수가 무려 25도에 달했기 때문이다. '독한 술' 마케팅은 광고 모델을 선정하는 기준이 됐다. 소주병도 녹색이 아닌 투명한 색이었으며 특히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 연예인들이 모델로 선정돼 포스터 광고 등에 등장했다. 독고영재, 최민식, 유오성 등 남성 배우들이 모델을 맡았다.

소주 광고 모델을 한 연예인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당시 소주의 주된 소비층이 30대 이상 남성이라는 것을 착안해 여성 연예인이 간판 모델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 여성 연예인의 소주 모델 등장은 시장을 넘어 광고계 전반에 엄청난 효과를 불러오기 시작했다.

청순하고 맑은 이미지로 산소 같은 여자로 불린 배우 이영애는 참이슬이 출시한 지 7개월 뒤인 1999년 5월부터 2000년 4월까지 참이슬의 1대 광고 모델로 활약했다. /하이트진로 제공

1999년 참이슬의 1대 모델로 발탁된 당대 최고의 '대세 연예인' 이영애가 주인공이다. 하이트진로(당시 진로)는 참이슬을 기존 소주보다 2도 낮춰 출시하며 처음으로 '부드러운 술' 마케팅을 시작했고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이영애를 광고 모델로 선정하며 6달 만에 1억 병이 팔리는 등 효과를 톡톡히 봤다.

참이슬은 이후에도 2000년 대 황수정, 박주미, 김정은, 최지연, 김태희, 성유리, 남상미, 김아중, 김민정, 하지원 등 여성 연예인을 지속해서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참이슬이 광고 모델 효과를 통해 압도적인 소주 브랜드 판매 1위를 유지하자 경쟁업체들도 송혜교, 한예슬, 김옥빈, 이영아, 구혜선, 신민아, 유이, 엄정화, 박한별, 조윤희, 박수진 등을 소주 광고 모델로 앞세웠고 이후에도 현재까지 소주 광고 모델은 여성 연예인들의 전유물이 됐다.

롯데주류의(당시 두산) 처음처럼 또한 대세 연예인을 소주 광고 모델로 내세워 큰 효과를 본 사례 중 하나로 기억된다. 당시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불린 이효리가 주인공이다. 소주 시장 후발주자로 2006년 출시 이후에도 존재감이 바닥이던 처음처럼은 2007년 3대 모델로 이효리를 발탁한 후 이른바 '효리주(회오리주)' 열풍을 몰고 오며 단숨에 인지도를 격상시켰다.

처음처럼의 '이효리 효과'는 대박이었다. 처음처럼은 참이슬보다 낮은 도수인 19.8도로 출시됐음에도 충성 고객이 많은 소주 시장에서 유례가 없는 점유율 상승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2006년 9.4%에 불과했던 처음처럼의 시장 점유율은 이듬해 이효리를 모델로 발탁한 후 곧바로 점유율 두 자릿수(11.0%) 고지를 처음으로 돌파했고, 2012년 15%를 넘어서는 대기록을 세웠다.

또한 이효리는 무려 8번의 재계약을 통해 5년 간 처음처럼 광고 모델을 도맡으며 '역대 최장수 모델'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광고 모델 활동 중인 2008년에 두산이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부인 롯데주류로 인수된 이후에도 계약이 지속됐다. 이효리 역시 소주 광고 모델을 하는 동안 특유의 시원하고 발랄한 이미지가 부각됐고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롯데주류와 이효리의 관계는 윈-윈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이효리가 처음처럼의 광고 모델을 했던 마지막해 등장했던 포스터의 모습. /롯데주류 제공

◆ 소주 브랜드 다양화·유행 민감한 소비자 등장으로 모델 선정 기준도 변화

2010년 대 들어 소주 광고 모델은 단순히 여성 대세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발탁하기 보다는 제품이나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모델을 선택하는 추세로 변화했다.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 광고 계약을 체결하고 광고 콘셉트에 따른 다양한 특징의 연예인 광고 모델이 등장했다.

참이슬 모델로 활동한 문채원-유아인(2012년), 이유비-김영광(2013년), 공효진-이수혁(2014년)과 처음처럼의 조인성-고준희(2013년~2014년) 등 남녀 연예인이 동시에 광고 모델로 발탁되는가 하면 4년 간 한 브랜드의 모델을 맡은 참이슬의 아이유(2014~2018년), 처음처럼의 수지(2016년~) 등 '장수 모델'도 있다.

무학의 좋은데이를 알리는 데 한몫한 전 모델 손나은(2018년)과 김세정(2019년), 현 모델인 이나은(2020년~)은 모두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공통점이 있고, 잎새주의 홍진영(2015년)과 송가인(2020년~)처럼 업체가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각각 광주, 전남) 출신이라는 점도 광고 모델의 발탁 기준으로 활용된다.

최근 주류업체들은 소주 광고 모델을 선정할 때 단순 대세 여성 연예인보다 제품이나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모델을 선택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잎새주 모델 송가인, 청하 모델 청하, 대선 모델 마마무, 좋은데이 모델 이나은. /각 사 제공

광고 콘셉트에 따라 남자 연예인 모델도 소주 모델에 종종 등장한다. '강남스타일'로 월드스타로 거듭난 가수 싸이가 2012년 참이슬 광고 모델로 활동한 것을 필두로 2018년에는 배우 박서준이 남녀 함께 마시는 술이라는 광고 콘셉트로 아이유와 함께 광고에 출연한 바 있다. 방송을 통해 연예인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보이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좋은데이)과 보해양조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작가 유시민(잎새주), 관찰형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모은 가수 김건모 등이 지난해 소주 광고 모델을 맡기도 했다. 단 김건모는 최근 성폭행 논란에 휩싸이기 전인 지난해 9월 대선주조와 기존 1+1(2017년 9월~2019년 9월) 계약이 종료됐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거 업체가 소주 광고 모델을 선정할 때 브랜드의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가가 가장 중요한 고민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최대한 추문이 없을 것 같은 이미지의 연예인을 선호하는 추세다"며 "지난해 출시 후 뜨거운 인기를 모은 '진로이즈백'의 경우 연예인이 아닌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모델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소주 광고 모델의 새로운 대안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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