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안녕" 세단부터 SUV까지 '하이브리드 전성시대'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완성차 제조사들이 앞다퉈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 경쟁에 뛰어들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아직 인프라 구축 등 대중화 초기 단계인 수소전기차 및 순수전기차 대비 충전 등의 제약이 없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하는 소비층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친환경차 10대 중 8대 '하이브리드'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하이브리드 모델은 국내 시장에서 월별 기준 역대 가장 많은 1만1928대가 판매됐다. 전체 친환경차(하이브리드,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차) 전체 판매량의 80%에 달하는 수치다.
제조사별 판매실적을 살펴보더라도 하이브리드의 강세는 뚜렷하게 드러난다. 국내 하이브리드 판매를 주도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주요 볼륨 모델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준대형 세단 '그랜저'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연일 판매 호조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모두 2만9708대가 판매됐다. 같은 기간 그랜저 전체 판매량은 10만3349대로 10대 가운데 3대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차지한 셈이다.
지난해 풀체인지 모델로 새롭게 탄생한 중형 세단 '쏘나타' 역시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체 판매량인 5452대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이 1225대를 기록하며 2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기아차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1세대 하이브리드 SUV인 '니로'의 경우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모두 2만247대가 판매되며 친환경 SUV 모델 가운데 판매량 1위에 올랐고, 준대형 세단 'K7' 역시 지난해 9308대가 판매되며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 정숙성·연비는 '기본' 실내 공간 단점 '극복'
하이브리드 모델의 꾸준한 성장세를 견인한 요인으로는 일반 내연기관 엔진만을 사용하는 차량과 비교해 우수한 정숙성과 경차를 뛰어넘는 높은 연료 효율성이 꼽힌다.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 사용을 병행해 차량 속도나 주행 상태 등에 따라 엔진과 모터의 힘을 적절하게 조율하는 구동 방식으로 움직인다.
시속 40~50km의 저속 구간에서는 순수하게 전기모터의 힘만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교통이 혼잡한 도심 주행에서의 연비가 고속도로 주행 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니로'는 도심에서 공인연비(16인치 타이어 기준)가 ℓ당 20.1㎞로 고속도로(ℓ당 18.7km) 주행 때보다 더 높다.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16인치 타이어)의 경우 도심 및 고속도로 주행 연비가 각각 ℓ당 20.0㎞, ℓ당 20.1㎞로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개선된 실내 공간 역시 하이브리드 열풍에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초기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내연기관과 공유하는 전기 배터리를 2열 시트 후면 쪽에 배치하면서 실내공간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최근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신형 하이브리드 모델은 고전압 배터리를 트렁크 하단부로 옮겨 일반 모델 수준의 공간 활용성을 갖추고 있다.
◆ 현대기아차 '하이브리드 SUV' 라인업 확대 속도
하이브리드 수요가 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일부 세단 및 친환경차 전용 모델에 한정했던 라인업을 SUV 부문까지 확대, 시장 선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먼저 기아차의 경우 다음 달 출시를 앞둔 중형 SUV '쏘렌토'의 풀체인지 모델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 기아차를 넘어 국내 중형 SUV 가운데 최초다.
현대차 역시 올해 상반기 중형 SUV '싼타페'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에 이어 하반기 준중형 SUV '투싼' 풀체인지 모델에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추가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완성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자동차 관련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기존 내연기관이 아닌 친환경차 쪽으로 개발 방향을 돌리는 업체들의 움직임 역시 덩달아 빨라질 것"이라며 "특히, 완성차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SUV의 경우 연비와 성능을 개선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신차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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