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으러 오세요" 식음료 매장 키우는 백화점업계 속내는?

백화점들이 식음료(F&B) 매장 키우기에 몰두하고 있다. 맛집을 통한 모객 효과로 온라인 시장 성장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신촌점 푸드앨리 모습. /현대백화점 제공

온라인 이길 카드 없어 '울상'…집객효과 큰 '식음료' 유치 경쟁 뜨거워

[더팩트|한예주 기자] 백화점들이 식음료(F&B) 매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온라인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짐에 따라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백화점들이 '맛집'을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선택한 것.

실제 백화점 매출에서 식품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데다가, 젊은 세대들의 외식비 지출 비중 역시 늘어나고 있어 '얼마나 메리트 있는 맛집을 유치하느냐'가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주요 요건이 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한 신촌점 유플렉스 11층 식당가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재오픈했다.

이번에 오픈하는 식당가 콘셉트는 '푸드 앨리(Food Ally·음식 연합)'로, 세계 각국의 음식을 한데 모은 것이 특징이다. 규모는 770㎡다. 현대백화점은 '푸드 앨리'에 20~30대 젊은층에게 인기 있는 음식점을 선보인다.

서울 서촌에 위치한 딤섬 전문 모던차이니즈 음식점 '포담', '반쎄오'가 시그니쳐 메뉴인 이태원 베트남 음식점 '랑만', 하바나 말레콘비치를 콘셉트으로한 쿠바식 양식당 '쥬벤쿠바', 압구정 로데오에 위치한 하와이안 보울 푸드 '포케' 전문점 '보울룸' 등이 대표적이다. 홍대 라이브 카페 '언플러그드'와 수제 버거 전문점 '이태원 더버거 익스프레스'도 선보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20~30대 젊은 고객은 음식의 맛뿐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독창적인 스토리에 매력을 느낀다"며 "대학가와 홍대, 서촌 등에서 이미 검증된 세계 각국의 이색 메뉴를 앞세운 유명 음식점들을 중점적으로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업계 최초로 백화점 1층에 식품관을 선보였다. /신세계 제공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2일 업계 최초로 백화점의 얼굴인 매장 1층에 식품관을 여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백화점 매장 1층이 해외 명품 브랜드나 화장품 등 화려한 매장으로 고객의 눈길을 끄는 역할을 해온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변화를 준 셈이다.

4628㎡ 규모로 리빙관 1층과 지하 1층에 위치한 식품관은 알록달록한 과일과 채소를 그대로 쌓아두는 '벌크 진열'을 통해 외국 시장에 온 것과 같은 분위기를 낸다. 제주와 부산, 대천, 주문진항에서 새벽 경매를 마친 신선한 수산물을 판매하고 지정목장 한우와 무항생제 돈육 등 친환경 축산 비중을 높였다.

한 층 아래인 지하 1층으로 발길을 옮기면 3636㎡ 규모의 맛집 거리 '고메스트리트'가 펼쳐진다. 푸드프라자에는 2019 미쉐린가이드에 선정된 '오장동함흥냉면', 제주 흑돼지로 만든 프리미엄 돈까스 '제라진', 유명호텔 출신 조승희 쉐프가 선보이는 '맛이차이나' 등 대중적이면서도 검증된 맛집을 한곳에 모았다.

롯데백화점 역시 백화점 층별 공식을 깨며 F&B 매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식품관이 아닌 의류층, 리빙관에 베이커리, 카페 등 F&B 매장을 입점시키고 있다.

고객 수요도 높다. 강남점 8층 리빙관에 위치한 '케이브 홈 카페'는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기존 매출 목표의 180%를 달성했고, 본점 4층 여성 시니어의류 층에 입점된 '곤트란쉐리에' 베이커리는 전년 대비 10% 이상 매출이 신장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올해 1분기 F&B 매장과 VIP 시설을 집약한 프리미엄 도심형 복합 플랫폼인 '고메이494'를 서울 한남동 나인원한남에 오픈한다. 핵심 콘텐츠는 국내 셀렉트 다이닝과 '그로서란트' 식품관의 시초인 '고메이494'와 VIP 전용 라운지 '메종 갤러리아'다. 여기에 라이프스타일 상품 콘텐츠와 화제성 있는 브랜드숍을 결합해 VIP 고객들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갤러리아는 내년 1분기 F&B 매장과 VIP시설을 집약한 고메이494를 오픈한다. /갤러리아 제공

백화점들이 F&B 사업에 전념하는 이유는 오프라인 매장을 성장시킬 만한 카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11월 온라인 쇼핑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5% 늘어난 121조9970억 원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며 백화점을 포함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

백화점들은 식음료 매장의 집객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유명 외식 브랜드 등을 중심으로 소비 패턴이 집중되는 20~30대 소비자들을 이끄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 중이다.

지난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행한 '국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 트렌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당 소비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외식비'였다. 특히 39세 이하(세대주 기준)의 경우 외식비를 포함한 음식·숙박비(월평균 39만6583원)의 비중이 전체의 16.4%로 가장 높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들이 리뉴얼을 통해 기존의 틀을 깨는 F&B 매장에 힘을 쓰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신선함과 함께 다양한 맛집들을 선보여 흥미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 역시 "오프라인 점포 유인 효과가 큰 식음료 매장 등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브랜드를 앞세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더 맛있는 집'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hyj@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