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업계 환경·中 소비자 구매 패턴 변화 변수
[더팩트|이진하 기자]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화장품 업계가 중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플랜짜기에 분주한 분위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중국 건강식품·생활용품 제조사 이용탕 임직원 5000여 명이 5박 6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 조치 이후 최대 규모다. 이어 다음 달까지 3500여 명의 중국인 수학여행단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지난해 약 600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방문했고, 올해는 905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한한령 해제 조짐이 보이자 화장품 업체들의 주가도 들썩였다. K-뷰티의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주도로 화장품 관련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또 한한령으로 가장 피해를 입었던 화장품 원 브랜드숍의 주가도 연달아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도 한한령 해제와 단체 관광객 재개에 따른 매출 상승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들 업체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실제로 이날 NH투자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의 목표주가를 종전 제시액보다 20% 올린 30만 원으로 제시했고, 케이프투자증권도 최근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를 150만 원에서 160만 원으로 올렸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온다고 해도 이전과 같은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지난 2016년 이후 끊겼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최근 한국 방문이 늘어나면서 지난해보다 국내 화장품 업계 파생되는 매출은 클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 내 일본 관광과 J-뷰티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중국인들의 구매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 이전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패턴은 대량 구매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소량 구매가 많아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또 과거에는 중저가 브랜드의 인기가 높았던 것과 달리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소비패턴의 변화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뷰티 편집숍 강세 역시 변수다. 중국 현지에서 뷰티 편집숍이 트랜드로 자리잡으면서 실제 단독 매장으로 중국에 진출한 화장품 일부 기업들은 한한령 이후 중국 내 매장을 줄이거나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지난 2015년 중국법인을 설립한 토니모리는 칭다오법인을 시작으로 중국 시장에 야심 차게 진출했다. 그러나 4년 동안 적자에 시달리며 부진에 빠졌다. 당시 토니모리 외에도 사드 후폭풍과 중국 현지 중저가 화장품 업체 성장, 소비 트렌드 변화 등으로 인해 중국에 진출한 국내 로드숍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토니모리의 칭다오법인은 4년간 누적 순손실 규모만 107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채널 전략 변경을 결정하면서 일회성 재고 처리에 따라 57억 원의 손실이 추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체들도 서둘러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원 브랜드 스토어를 운영했던 '미샤'의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뷰티 편집숍 '눙크'를 론칭했다. H&B(헬스앤뷰티) 스토어와 편집숍의 강세에 따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에는 중동에 매장을 오픈하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무대를 옮기는 등 부진한 매출을 탈피하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서 선보이고 있는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인기가 증가하면서 매출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프리미엄 브랜드 외에는 브랜드 하나만 가지고 있는 매장은 점차 경쟁력이 떨어질 것. 기존의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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