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맨' 이인용 사장, 삼성 ''대외협력' 새 사령탑 맡는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인용 사장이 3년 만에 현업에 복귀한다.
삼성전자는 20일 단행한 2020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이인용 사회공헌총괄 고문이 대외협력(CR) 사장으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로 그간 CR 업무를 맡아 온 윤부근 부회장은 고문으로서 경영 조언과 후진 양성 등에 주력한다.
삼성전자 측은 이 사장의 CR담당 발탁 배경과 관련해 "지난 2017년 11월부터 사회공헌업무를 총괄해 왔던 이 사장은 폭넓은 네트워크와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바탕으로 CR담당으로서 대내외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5년 삼성전자 홍보팀장으로 '삼성맨'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이후 12년 동안 삼성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 왔던 이 사장의 복귀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강조한 '책임·정도 경영'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각 사업 부문 최고경영자(CEO) 및 임직원들에게 영상을 통해 "기술 혁신은 우리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고, 다가올 50년을 준비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이 되도록 삼성의 새로운 사회공헌 비전인 '함께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을 함께 실천해야 한다"라며 끊임없는 혁신과 사회적 책임 및 역할 수행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사장이 지난 3년여 동안 사회공헌총괄 고문으로서 주관해 온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은 이 부회장이 강조한 실천 방안과 맥을 같이 한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삼성사회봉사단장을 맡은 이 사장은 당시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과 만나 직접 이웃사랑 성금 취지를 설명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2018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복지 공모사업인 '나눔과 꿈' 프로젝트 참여 범위를 사회적기업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확대하는 등 지속해서 삼성의 사회공헌활동 영역을 넓히는 데 앞장서 왔다.
특히, 이 사장은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이 부회장과 소통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1심 때부터 2018년 2월 2심 선고때까지 2년여에 걸쳐 진행된 이 부회장의 재판 과정에서도 이 사장은 주요 공판 때마다 빠짐없이 법원을 찾아 진행 과정을 살폈다.
사내 이사 가운데 유일하게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 역시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앞서 삼성은 지난 9일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준법위의 출범을 선언했다. 이르면 다음 달 초 출범이 예상되는 준법위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주요 계열사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삼성 측 인사로는 유일하게 이 사장이 참여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사장이) 준법위 위원 발탁에 이어 올해 인사에서 CR담당으로 현업에 복귀한 것을 볼 때 '법과 원칙 준수'를 하나의 조직 문화로 정착하겠다는 삼성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라며 "10년 넘게 삼성전자의 홍보 업무를 총괄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다양한 분야에서 삼성이 추구하는 투명 경영 가이드라인을 대내외 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82년 MBC에 기자로 입사해 정치부 기자, 워싱턴 특파원, 뉴스데스크 앵커 등을 지낸 이 사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 출신으로 이 부회장과 선후배 사이다.
지난 2005년 삼성전자 홍보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 사장은 2009년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장(부사장)으로 승진, 2012년 미전실 사장에 이어 2014년 다시 삼성전자로 복귀해 커뮤니케이션팀장을 맡았다. 이후 지난 2017년 현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이 사장은 같은 해 11월부터 사회공헌업무를 총괄해 왔다.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