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찬 코스트코 결별 악재 극복, 정원재 카드의 정석 흥행 몰이
[더팩트│황원영 기자]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과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이 임기 만료에 따라 연임 기로에 서게 됐다. 두 사람은 어려운 업황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냈다. 원 사장은 19년간 독점적 제휴를 맺어 온 코스트코와 결별했음에도 실적 방어에 성공했고, 정 사장은 카드의 정석으로 새로운 성공 신화를 써냈다. 두 최고경영자(CEO)가 올해에도 혁신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내에서는 악화된 카드 업황과 향후 사업 연속성을 고려해서라도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있다. 다만 원기찬 사장의 경우 삼성 노조 와해 혐의로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 정 사장의 경우 우리은행장 후보군에 올랐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우선,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은 무난히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해 12월 말 만료됐으나 아직까지 후속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원재 사장은 카드의정석 시리즈를 흥행시키며 우리카드의 성장을 주도했다. 카드의정석은 2018년 4월 출시된 이후 1년 8개월만에 500만장을 돌파하며 최단기간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카드의정석은 정 사장이 상품의 기획과 마케팅을 직접 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원재 사장이 손수 챙긴 카드의정석이 출시된 후 우리카드 유효회원 수는 2018년 2분기 654만2000명에서 2019년 3분기 717만3000명까지 증가하고, 신용카드 자산은 같은기간 6000억 원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우리카드는 단숨에 업계 5위로 올라섰다. 우리카드의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283억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34.8% 급증했고, 누적 순이익은 948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0% 늘었다. 3분기까지 순이익 추이를 봤을 때 연간 최대 순이익 달성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정원재 사장은 지난 3일 대한항공 제휴카드인 카드의정석 MILEAGE SKYPASS(마일리지 스카이패스)를 출시하는 등 임기 만료 이후에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도 순항 중이다. 우리카드 미얀마 현지 법인 투투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17억 원으로 연간 20억 원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원재 사장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올해 말 끝난다. 정 사장은 손 회장과 함께 우리은행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데 정 사장이 우리은행장 자리를 꿰찰 경우 우리카드 사장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연임이 불투명하다. 원 사장은 지난 2014년 1월 취임한 뒤 지난해 3연임에 성공해 6년동안 삼성카드를 이끌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3분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1%늘어난 282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누적 순이익 규모는 2827억 원으로 그가 취임하기 전인 2013년 3분기 2197억 원 대비 28.64% 늘어났다.
지난해 코스트코 독점 제휴권을 현대카드에 넘겨줬음에도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삼성카드는 코스트코와 지난 19년간 독점 제휴를 맺고 사업을 영위해왔다. 연간 취급고가 약 3조 원에 이르는 만큼 위기론이 대두됐으나 이마트 트레이더스·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울렛 등 다른 유통 채널과 발빠른 제휴에 나선 것이 선방했다. 삼성카드의 점유율은 17.9%로 신용카드 결제기준 업계 2위를 지켰다.
탁월한 경영 능력은 인정받았으나 4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 평가다.
원 사장은 2013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장 시절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6개월 및 집행유예 3년을 구형 받았다.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한 만큼 형량이 바뀔 수 있으나 법적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문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금고이상의 실형이 확정될 경우 원활한 직무 수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삼성그룹 사장단의 60세 퇴진 룰도 원 사장의 연임 가도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1960년생인 원기찬 사장은 올해 만 60세다. 이에 따라 경영 성적표와 상관 없이 4연임이 불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인사를 내지 않고 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선고 공판 등 빠듯한 재판 일정으로 인사를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조만간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다는 계획인데 원 사장의 거취 역시 그쯤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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