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사 지난해 ESS 화재로 실적 발목…2차 조사위 "이 달 최종회의 사실 아냐…빠른 시일 내 발표할 것"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지난해 배터리업계를 강타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가운데,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도 ESS 화재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돼 한숨짓고 있다.
16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0월 사이 발생한 5건(LG화학 3건, 삼성SDI 2건)의 ESS 화재 2차 조사위원회의 ESS 화재 원인 조사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이달 말 최종 회의가 있을 것이라는 일부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으나 업계는 설 명절 이후를 발표 시점으로 보고 있다.
ESS 화재 2차 조사위원회는 15일 "이날 최종 회의가 진행된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현재 사고원인을 정밀 분석하고 있어 빠른 시일내 결과가 발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ESS 배터리를 제조하는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ESS 화재로 인한 영업 부진에 한숨짓고 있다.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ESS 화재로 인한 일회성 비용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등 악재가 이어졌으나 4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ESS 배터리를 제조하는 LG화학, 삼성SDI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전분기 대비 75%, 93% 하락한 962억원과 123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각각 ESS배터리 제조를 담당하는 LG화학 배터리사업부문과 삼성SDI 중대형전지부문은 1354억 원, 21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의 경우 ESS 관련 특수소화시스템 설치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는 등 배터리제조업체들은 4분기 ESS 화재 관련 대응시스템 설치 및 SOC 제한조치 등으로 2000억 원 가량의 ESS 관련 충당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양 사는 이미 지난해 ESS 화재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2017년부터 21건의 화재가 이어지자 지난해부터 ESS 영업이 중단되며 사실상 국내 수주가 '0'에 수렴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절반 넘게 위축됐고 LG화학도 같은 기간 적자가 났다. 양 사는 2분기 또한 각각 전분기 대비 반토막난 영업이익과 1200억 원 적자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3분기도 ESS 관련 매출이 전무했고, ESS 화재 2차 조사위원회가 꾸려지는 동안 ESS 회복 지연 여파로 4분기에도 부진한 기록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 지연도 생태계 위축에 한몫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잇단 화재로 ESS 영업이 중단되자 판매 역시 제로에 수렴하며 ESS 산업 생태계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지난해 6월 민관 합동으로 조성된 1차 조사위는 명확한 책임 소재 여부를 규명 짓지 못한채 2차 조사위가 꾸려졌다. 2차 조사위에서는 배터리 셀을 중심으로 결함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으나 3달 째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양 사가 정부의 2차 조사위원회 결과 발표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이유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2차 조사위가 ESS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제조상 결함을 지목한 것으로 전해진 만큼 배터리업계는 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지난해 각 사 배터리부문 실적에 타격을 입게 했던 ESS 화재가 각 사의 배터리 결함이 원인으로 지목된다면 손실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