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할인 마케팅 활발…이영구 롯데칠성 총괄 대표, 맥주 점유율 및 수익성 회복 급선무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지난해 맥주 사업 부진과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부침을 겪은 롯데주류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 모회사인 롯데칠성음료 내 음료와 주류의 각 부문 2인 각자 대표 체제에서 음료부문 대표가 총괄 1인 대표에 오르며 사업구조를 재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초부터 맥주 출고가를 인하하고 편의점 내 묶음 할인 판매를 진행하는 등 마케팅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10% 이하까지 떨어진 맥주 시장 점유율과 떨어진 수익성 회복을 위해 총력을 벌일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19일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롯데칠성음료 음료·주류 부문 통합 대표이사에 이영구 롯데칠성 음료부문 대표이사 부사장을 선임했다. 롯데칠성음료가 각 부문 각자 대표 체제에서 '원톱' 체제로 나선 건 3년 만이다. 기존 롯데주류를 이끌어던 김태환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대표이사 전무는 자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는 이번 롯데칠성음료 인사가 철저하게 성과주의가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이영구 대표가 지난 2017년 음료부문 대표에 오른 후 롯데칠성음료 음료부문은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이 상승세를 탄 반면, 같은 기간 주류부문은 적자에 허덕였기 때문이다. 자문으로 이동한 김태환 대표가 사실상 사업 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롯데칠성음료의 음료부문과 주류부문의 실적 차이는 엇갈린 곡선을 그렸다. 음료부문은 이 기간 매출 1조2760억 원, 영업이익 1490억 원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 19.7% 씩 상승했으나, 주류부문은 매출 5630억 원, 영업손실 330억 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특히 롯데주류의 부진은 롯데칠성음료 전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롯데칠성음료는 매출 5566억 원, 영업이익 31억 원에 그친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6% 올랐으나 영업이익은 적자전환된 결과다.
올해부터 원톱 체제로 거듭난 이영구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진 상황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해왔던 음료부문 수익성을 유지하면서도 주류부문 부진을 회복해야하는 과제를 떠안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회사가 각 자 대표 체제에서 본인 원톱 체제로 거듭난 만큼 경영 효율성에 역점을 두고 롯데주류를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영구 대표도 총괄 대표에 부임하자마자 롯데주류에 칼을 빼들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일부터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와 '피츠 수퍼클리어'의 출고가를 인하했다. 클라우드는 캔맥주 500㎖ 기준 1880원에서 1565원으로, 피츠는 캔맥주 500㎖ 기준 1690원에서 1467원으로 각각 인하했다. 주세법 개정으로 1일부터 시행된 주류 종량세를 적극 수용하면서도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줄여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소주브랜드 '처음처럼'에도 손을 댔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여파가 시작됐을 때 1차례 진행했던 묶음 할인 프로모션을 다시 추진했다. 롯제주류는 1월 한달 간 CU를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에서 처음처럼 360㎖ 제품 2병을 동시에 구매하면 3300원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처음처럼 360㎖의 가격은 지리적 요인 등에 점포 별로 상이하지만 기본 18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이에 2개 묶음 제품을 구매하면 각각 따로 구매했을 때보다 300원 가량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주류가 대표이사를 변경한 후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연초부터 적극적인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롯데주류의 가격 인하 정책이 자칫 기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등 경쟁사로 하여금 마케팅 과열 경쟁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이영구 대표가)음료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왔던 만큼 주류 가격 경쟁 외에 다른 반전 카드가 나올지도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