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에 휘청인 실적…2020년 영업 '빨간불' 켜졌다
[더팩트|한예주 기자] 지난해 여름부터 반년 동안 이어진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유니클로가 결국 순이익 추정치를 낮췄다.
국내 불매운동에 대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던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임원의 발언과 달리 불매운동이 장기화되면서 직격탄을 받은 유니클로는 실적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기말배당도 하지 않는 등 영업에 큰 차질이 생기는 중이다. 마구잡이식 세일 등 극약처방으로 급한 불 끄기에 급급한 유니클로가 새해 실적 반등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 "NO 재팬"에 예상 순익 1000억 낮췄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유니클로의 일본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2020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의 연결 기준 순이익을 직전 회계연도보다 1% 증가에 그친 1650억 엔(약 1조7482억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기존 예상치보다 순이익 전망을 100억 엔(약 1060억 원)이나 낮춘 수치다.
앞서 패스트리테일링은 2020 회계연도 순이익이 8% 늘어난 1750억 엔(약 1조854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제시한 바 있다.
연간 영업이익은 2500억 엔(약 2조6503억 원)으로 예상했다. 직전 2800억 엔(약 2조6503억 원)보다 낮추면서 2019 회계연도(약 2조8099억 원)보다 5%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매출 전망치는 2% 증가한 2조3400억 엔(약 24조8066억 원)으로, 직전에 제시한 2조4000억 엔(약 25조4426억 원)보다 낮췄다.
이와 함께 패스트리테일링은 2020 회계연도 1분기(2019년 9∼11월) 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3% 감소한 709억 엔(7515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유니클로 해외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 28% 감소한 탓이다.
패스트리테일링은 한국의 불매운동과 홍콩 시위, 전 세계적으로 덜 추운 겨울에 따른 동절기 의류 판매 감소를 해외사업 부진 사유로 들었다.
오카자키 다케시 유니클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국 불매운동의 여파를 체감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매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우리로서는 오직 진지하게 한국 시장을 마주 보고, 고객을 마주 보며 갈 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 9년 만에 첫 '무배당'…배당 없는 2020년 되나
불매운동에 따른 유니클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유니클로의 국내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는 기말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프알엘코리아 이사회는 2019년 3~8월 실적을 기준으로 한 2018년 하반기 회계연도에서 기말 배당금을 0원으로 책정했다. 같은 기간 유니클로 모회사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배당금을 9% 늘린 것과 대조된다.
에프알엘코리아가 기말 배당을 하지 않은 것은 2011년 배당을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시작되지 않은 2019년 상반기에는 600억 원을 중간 배당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8월 결산법인이라 지난 회계연도에 불매운동의 영향을 받은 기간은 지난해 7~8월 두 달뿐이지만 매출과 수익 모두 상당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라며 "새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매출비중이 큰 가을·겨울시즌에 접어들면서 손실 폭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새해에도 불매운동 여파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 중간배당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라며 "만약 중간배당 마저 없어진다면 처음으로 연간 배당이 없는 해가 된다"고 답했다.
◆ "실적 살리자" 할인공습·매장확대 전략 통할까
불매운동 이전까지 한국은 효자 시장이었다. 2017년 9월~2018년 8월까지 국내 유니클로 매출은 약 1400억 엔(약 1조4840억 원)으로 전체 해외사업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유니클로에 한국이 굉장히 중요한 시장인 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차가운' 시선에도 유니클로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부진에 빠진 실적을 돌파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히트텍' '울트라라이트 다운' 등 방한 제품을 내세워 겨울시장에 강한 모습을 보여 왔던 유니클로는 잇단 할인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불매운동 이후 '추석 해피위크', '15주년 기념 감사제', '히트텍 무료 증정 행사', '해피 홀리데이' 등 굵직한 행사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업점 확대에도 공을 들이는 중이다.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롯데마트 구리점, 이마트 월계점, AK플라자 구로점, 종로3가점 등 4곳이 문을 닫았지만 롯데몰 수지점, 엔터식스 안양역사점, 스타필드시티 부천점 등 3곳을 새롭게 오픈하는 등 사세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부산 범일동에도 신규 매장 오픈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역민들의 반대에 따라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현재 이곳은 중소벤처기업부가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유니클로는 국내 매장 186개를 운영 중이며, 이는 해외 개별 국가 중 중국에 이어 가장 많은 점포다.
오카자키 CFO "점포 폐쇄나 인원 감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유니클로의 실적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해외사업 전반에 대한 재편 등 구조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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