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장남' 조현식 부회장, 업무상 횡령 혐의 인정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친누나 조희원 씨가 회사에서 일하는 것처럼 꾸며 억대 연봉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현식 부회장이 강조해온 '윤리 경영'에 반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다.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조현식 부회장과 납품업체로부터 수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은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회 공판기일에 출석했다.
이날 한국타이어 오너가 형제들은 나란히 법정 피고인석에 앉았다. 구속 중인 조현범 사장은 푸른 수의를 입었고 평소 쓰던 안경은 착용하지 않았다. 불구속상태인 조현식 부회장은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조현식 부회장은 친누나 조희원 씨가 미국법인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1억1000만 원가량의 인건비를 지급(업무상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현식 부회장의 누나는 실제로 일은 하지 않고 회사에 이름만 올려놓은 이른바 '유령 직원'으로 급여를 받아 온 것이다.
조현식 부회장의 변호인은 재판부에 혐의를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현식 부회장도 직접 "인정한다"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조현식 부회장의 이러한 행태는 윤리경영을 정착시키겠다는 신년사를 무색하게 한다. 조현식 부회장은 지난 3일 신년사를 통해 "윤리 경영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준법 프로세스를 다시 재점검하고, 이를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비롯한 그룹의 임직원 모두가 열정과 적극성을 발휘하여 내부 역량을 재정비함으로써 주주, 딜러, 구직자, 지역사회 등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그룹이 글로벌 탑 티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라고 당부했다.
조현식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윤리 의식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비위 행위를 저질러 허울뿐인 윤리 경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현식 부회장의 동생 조현범 사장도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금융실명법 위반 등 윤리 경영에 반하는 각종 혐의를 받고 있다.
조현범 사장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타이어에 재직하며 납품업체로부터 매월 500만 원씩 총 6억1500만 원을 차명계좌를 통해 받았다. 또 한국타이어 계열사 자금을 매월 200만~300만 원씩 총 2억6300만 원을 차명계좌로 입금하는 방법으로 횡령하기도 했다.
이날 조현범 사장 변호인은 "기록에 대한 검토를 아직 마치지 못했다"면서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준법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실질적인 조치 취하겠는 조현식 부회장이 자신과 동생에게 어떤 조치를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jangb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