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시티면세점까지 세 번째 특허권 반납…빅3만 살아남고 '엑소더스' 가속화?
[더팩트|한예주 기자] 면세업계 내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한화갤러리아와 두타면세점이 특허권을 반납한 데 이어 탑시티면세점이 운영 1여 년 만에 특허권을 자진 반납했다. 면세 업계 '빅3'로 불리는 롯데·신라·신세계가 호실적에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중소·중견면세점들은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잇달아 사업을 포기하는 등 온도 차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신촌에서 시내면세점을 운영하는 탑시티면세점은 작년 12월 31일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고 지난 3일 신촌점 영업을 종료했다.
탑시티면세점은 2018년부터 신촌민자역사에 이 면세점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시설권자인 신촌역사와 명도소송이 이어지면서 운영이 어려워졌다. 1심에서 패소하자 관세청이 면세품 관리를 이유로 물품반입 정지 명령을 내리면서 면세점 운영이 잠정 중단됐기 때문이다.
탑시티면세점은 항소했지만 명도소송 2심에서 상고 기각 판결을 받았다. 이에 더 이상 시내면세점을 정상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 사업 포기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주요 임원들을 정리 해고하고, 신촌점에서 일하던 본사 직원 40여 명을 공항면세점인 인천공항점에 임시 배치했다. 도급업체 직원 60여 명은 계약 해지로 거취가 불분명해졌다.
2015년만 해도 서울에 배정된 3개의 면세점 허가권을 따내기 위해 빅3 면세점은 물론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이랜드, SK네트웍스, HDC신라 등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최대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감하고, 여기에 수수료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빅3 외 기업들이 하나둘 사업에서 손을 뗐다.
지난해에는 여의도에 자리한 한화그룹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갤러리아면세점63)와 동대문에 위치한 두산그룹의 두산면세점이 면세사업권을 포기했다. 바잉파워인 규모의 한계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사업을 지속하더라도 이익구조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대기업에 이어 중소·중견 면세점이 특허권을 반납하면서 업계는 시내면세점 엑소더스가 빨라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국내 면세점 업계가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하고는 있지만, 면세점 수가 급격히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2조2882억 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했다. 지난해 3월 사상 처음으로 월 매출 2조 원을 경신한 면세업계는 11월까지 월 매출 2조 원대를 7회 기록했다.
이는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빅3의 선전에 따른 결과다. 국내 면세점 매출의 80% 이상이 빅3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소·중견 면세점은 경영난에 고심하고 있다. 하나투어 계열사인 SM면세점은 2018년 영업손실 138억 원을 기록했다. 적자 폭이 늘면서 7개 층을 운영하던 시내면세점을 2개 층으로 줄였다. 2019년 상반기 매출도 2018년보다 12.7% 하락한 254억 원을 거뒀다. 그나마 공항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올해 개장한 입국장 면세점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두고 있어 난항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의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도 2018년 영업손실이 105억 원에 이른다. 동화면세점은 적자가 이어지면서 루이뷔통과 구찌,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매장이 잇따라 철수했다. 2019년 상반기 매출은 1490억 원으로, 2018년 동기보다 20% 하락했다. 엔타스면세점 역시 7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도 면세점 사업을 접는 상황이 이어지자 중소 면세점들 역시 매장을 축소하고 인력을 줄이는 등 고정비 절감에 나섰지만 영업이익률은 하락하는 추세"라며 "승자의 저주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 역시 "정부가 추가 특허를 계속 내주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현재 면세점을 운영 중인 기업들은 사정이 어려워져 결국 대기업을 빼고 점차 사업을 접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