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한봉지도 배달됩니다" 배달앱 '소량' 전략, 장보기 문화 바꿀까?

배달앱 업체가 소량 즉시배달 서비스를 확대하는 가운데 이 서비스가 장보기 문화를 바꿔놓을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구글플레이스토어 캡처

배민·요기요, 서비스 확대 박차…새벽배송→소량 즉시배송 트렌드 될까

[더팩트|이민주 기자] 유통업계가 소비자와의 접점인 배송 서비스 확대에 주력하는 가운데 폭풍 성장 중인 배달앱이 '소량 즉시배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많은 유통업체가 새벽배송에 뛰어들며 장보기 문화를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배달앱이 내놓은 소량 즉시배달이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을지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앱 업체는 최근 기존 조리 음식 등을 배달하는 것을 넘어 생필품, 간편식을 포함한 비식품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지난해 12월부터 'B마트'이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시범 운영하던 '배민마켓'의 이름을 B마트로 바꿔 정식 론칭한 것으로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TV,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매번 독특한 광고 문구로 주목을 받은 업체답게 이번에도 "돈을 모으려면 마트에 가지 마라", "배달이 내일 오는 거 봤어요?", "한 봉다리도 바로 배달" 등의 이목을 끄는 문구를 앞세웠다.

서비스 내용은 간단하다.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것 방식과 동일하게 앱에서 원하는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은 뒤 배달을 요청하면 한 시간 이내 물건이 배달된다. 자취생들이 자주 구매하는 라면, 즉석밥 등 종류를 막론하고 묶음이 아닌 한 개씩 구매할 수 있다. 판매 상품 수는 3000개이며, 서비스 지역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서울 전역이다.

배민은 소량 즉시배송 서비스를 위해 15개 도심형 물류창고를 이용하고 있으며, 요기요는 편의점, 마트 등 타사 점포와 연계해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요기요를 통해 소량 즉시 배송 서비스를 시행 중인 이마트24 모습. /이마트24 제공

배민은 소량 즉시배송 서비스를 위해 도심형 물류창고를 활용하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수도권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지은 것과 달리 빠른 배송을 위해 도심 내에 창고를 지었다. 현재 서울에만 15개 창고가 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운영하는 요기요는 물류센터를 짓는 대신 편의점 등 기존 운영 중인 타사의 점포를 거점으로 삼았다. 요기요는 지난해 7월부터 마트, 편의점과 손을 잡고 소량 즉시배달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서비스 적용 업체 수를 늘려왔으며 올해부터는 이마트24에서도 이를 시작했다.

CU도 요기요와 손잡은 업체 중 하나다. 2일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배달서비스 운영 점포를 올해 1분기 내로 5000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U 배달서비스 운영 점포는 지난해 2000점에서 최근 3000점까지 늘어났다.

이외에도 요기요와 연계해 배달서비스를 하는 곳은 편의점(GS25, CU, 이마트24, 미니스톱 일부 매장)과 마트(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마트, 킴스클럽, 초록마을, 나우픽) 등이다.

서울지역에서 서비스하는 배민과 달리 편의점 매장 등을 거점으로 하기 때문에 일부지만 전국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다. 주문 방식은 배민과 유사하다. 이들 운영 업체들은 '소량 즉시배달'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고 강조한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에 따르면 요기요 편의점 배달 서비스 11월 주문량은 지난 7월에 비해 10배 늘어났다. 또 배민이 진행한 자체 조사에서도 이용고객의 90%가 이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만족 이유로는 △빠른 배달 △편리한 주문 등이 꼽혔다.

배달앱 내 B마트 카테고리를 통하면 즉석밥, 라면 등 소량 상품을 한 시간 이내 주문할 수 있다. 사진은 배민 어플 내 B마트 화면. /최수진 기자

다만 소량 즉시배달 서비스에 대한 유통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음식배달 서비스의 괄목할 성장을 근거로 소량 즉시배달도 흥행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이용 소비자의 폭이 한정적이라 성장 가능성이 적다고 보는 쪽도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쇼핑을 통한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전년 대비 100.3% 성장한 1조242억 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음식 서비스 관련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한 달에 1조 원이라는 거래액을 달성한 배경에는 배달앱의 성장이 있다"며 "세대를 막론하고 배달앱 이용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새로운 배송 서비스를 이용해보려는 사람들도 자연히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통업계에서 배달, 배송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 특히 소비자들은 더 빠른 배송을 원하고 있다"며 "즉시 소량배송은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세태와 이런 빠른 배송을 강조하는 트렌드와도 잘 맞는다. 집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홈루덴스족과 자취생들의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덧붙였다.

다만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달 음식과의 단순 비교로 소량 즉시배달 서비스의 성공을 점치긴 어렵다. 음식 배달 서비스의 경우 원래 전화로 하던 것을 젊은 세대에 친숙한 앱으로 옮겨와 주문 편의성을 높여 성공한 것"이라며 "그러나 소량 즉시배달은 사실 정말 급할 경우 집 앞 편의점에 가서 사 오는 것이 제일 빠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취생들이 날씨 등으로 밖에 나가기 어려운 경우에 몇 번 이용할 수는 있겠다. 다만 정기적으로 대형마트나 정기배송을 이용해 장을 보는 사람들까지 끌어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초기에야 배달비 무료, 할인쿠폰을 지급하는 등으로 혜택을 주기 때문에 이용자가 급격히 늘 수는 있다. 다만 혜택이 사라진 후에도 이들이 고정 고객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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