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중이나 구체적 계획 없어" 공시에도 일각에서는 분사에 무게
[더팩트 | 이한림 기자] LG화학의 미래 먹거리이자 사업성이 본궤도 오르기 시작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또다시 분사설에 휘말렸다. LG화학은 9년 전과 같이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일부 국내 언론에서 지난달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전지사업부문이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독립 법인으로 분사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LG화학의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부문이 최근 불황으로 부진한 반면, 일찌감치 회사의 신성장동력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왔던 전지사업부문에서 지난해 본격적으로 수익 창출을 시작하고 수주를 늘려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LG화학은 곧바로 배터리 사업 분사설을 일축했다. 검토는 하고 있으나 당장 올해 분사를 한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LG화학은 지난달 24일 공시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독립법인 추진 보도 관련 당사는 전지 사업의 경쟁력강화와 사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LG화학의 이날 공시가 9년 전인 2011년 12월에 공시했던 "분사 계획이 없다"와는 뉘앙스가 다르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LG화학의 전체 매출에서 전지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분기 기준 1년 만에 21.2%에서 27.7%로 올라오는 등 사업성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 분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유로는 재무적 부담과 신사업 강화 등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LG화학이 기존 석유화학 사업을 살리면서도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더욱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기 위해서는 전지사업부문을 떼어낸 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를 창출해야한다는 제언도 일부 나오는 모양새다.
증권가에서는 LG화학은 전지사업본부가 분사했을 때 사업 구조적 측면에서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가, 화학 시황 등과 밀접하게 연동되는 석유화학사업 리스크를 전지부문이 떠안지 않아도 되고, 그간 전지사업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석유화학사업이 성장하지 못한다는 내부 불안감도 떨쳐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2017년 4분기부터 흑자로 전환됐고, 지난해 10월 기준 중국 BYD를 제치고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세계 3위에 오르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시장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전망이 밝다는 것도 분사설에 힘을 싣는다. 2일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 연구소의 '2020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동차(전기차·수소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29.3% 증가한 555만 대로 관측되고 있다. 독립법인으로 사업을 이어가더라도 제 몫을 해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LG화학은 현재 약 70GWh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0년까지 100GWh로 확대하고, 2024년에는 전체 배터리 사업 매출에서 3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번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분사설은 LG화학이 사업을 시작했던 시기부터 지속적으로 나왔던 이야기였으나 현재 사업성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개선됐다는 점에서 궤를 달리하고 있다"며 "다만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간간히 분기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 연 흑자로 이어지진 않았고, 수주 물량에 맞춰 설비 공정을 확대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당장 수익을 내기 위한 분사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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