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면세점 치열한 경쟁 예상…'인천공항 입찰전'에 모아지는 기대
[더팩트|한예주 기자] 2020년 '흰 쥐의 해'인 경자년을 맞아 유통가를 이끌고 있는 쥐띠 수장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유통 대기업 오너일가 중 오랜 라이벌로 손꼽혀온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두 오너는 1972년생으로 쥐띠 동갑내기다.
백화점·면세점·패션 등 대부분 사업에서 신경전을 벌였던 두 오너가 2020년에는 어떤 맞대결을 펼칠지 기대가 모아진다. 올해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 백화점 2위 수성 등 굵직한 이슈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치열한 전략싸움이 될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30대이던 2007년부터 그룹 회장을 맡아 패션·가구·렌탈케어·면세점 등 다양한 신사업 발굴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패션기업 한섬과 가구업체 현대리바트를 인수해 자리를 잡았고 렌탈케어 시장으로도 보폭을 넓혀 왔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2015년 말부터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을 맡아 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패션·화장품 사업 등을 이끄는 중이다. 정 사장은 면세점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백화점의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이끌며 경영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우선 올해 정지선 회장과 정유경 사장은 주력 사업인 백화점의 수장을 교체하며 새 판을 짜기 시작했다.
정지선 회장은 1960년대 쥐띠 수장 중 올해 가장 큰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 중인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을 새로 선임해 시너지를 모색할 전망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섬 대표를 맡아 호실적을 이끌었던 김 사장은 올해부터 현대백화점 새 수장으로서 안정적인 사업 확장과 수익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사업 여파로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한 상태인 데다, 올해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을 시작으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남양주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2021년 초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으로 추진하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개점도 예정돼 있어, 정 회장은 김 사장과 함께 새해부터 신규 점포 출점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경 사장 역시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이끌었던 차정호 대표를 신세계백화점의 새 수장으로 맞으며 민감한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차정호 대표는 삼성물산 출신으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신세계인터내셔날 수장을 맡아온 유통·패션 전문가다.
또한 첫 M&A(인수합병) 기업인 '까사미아' 전국 유통망 확대에도 속도를 내 백화점과 까사미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전망이다. 까사미아는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신세계 센텀시티몰에 신규 출점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방 출점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연말까지 20여개 매장을 추가 출점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현대백화점 순매출액은 1조4084억 원으로,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 순 매출 1조1275억 원을 앞섰다. 신세계는 인천점 철수 영향으로 매출이 11.3% 줄었다. 양사의 격차는 크지 않은 만큼 백화점 2위 수성을 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정지선 회장과 정유경 사장은 인천국제공항 면세 사업권 입찰 결과를 두고 또 한 번 맞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두 사람은 과거 서울 시내면세점의 강남 벨트 선점을 두고 오너 경쟁을 펼친 바 있다.
정유경 사장의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까지 2조2596억 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며 분위기를 가져가고 있지만, 면세점 운영 1년여 만에 두 번째 사업장을 따낸 정지선 회장의 공격 경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정지선 회장은 현대백화점면세점 2호점인 동대문점을 추가로 오픈해 면세점 사업 안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쥐띠 경영자들의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는 만큼 두 오너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1월에 예정돼 있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전에 따라 2020년 누가 먼저 웃을 수 있을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