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푸르덴셜생명·더케이손보…업황 악화에 매물 잇따라
[더팩트│황원영 기자] 경자년(庚子年) 새해부터 보험업계 인수합병(M&A) 시장이 뜨겁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KDB생명·더케이손보는 물론 알짜배기로 꼽히는 푸르덴셜생명까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와 롯데손해보험이 매물로 나온 후 불붙은 M&A 시장이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업계는 신한금융지주-오렌지라이프, JKL파트너스-롯데손보 빅딜에 이어 올해도 보험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올해 M&A 시장의 포문은 푸르덴셜생명이 열 전망이다. 국내 금융지주사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대형 사모펀드(PEF)가 이미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말 M&A 시장에 나왔다.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이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원매자를 대상으로 투자안내문(IM)을 보냈다. 이달 20일 후 예비 입찰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1991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푸르덴셜생명은 생보사 중에서도 알짜로 꼽힌다. 자산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20조1938억 원으로 업계 11위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1448억 원으로 삼성생명(8261억 원), 라이나생명(5286억 원), 오렌지라이프(2580억 원)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지급여력비율(RBC)은 505.1%로 업계 1위다.
게다가 푸르덴셜생명은 종신보험을 주로 판매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립하고 있다. 종신보험의 경우 만기가 길고 고금리 확정형 판매 비중이 작다. 이에 따라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한 부담이 적은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는 푸르덴셜생명의 예상 매각가가 약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력한 인수 후보는 KB금융지주다. KB금융은 생보사 매수에 관심을 보여왔다. 자회사인 KB생명보험의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만큼 건실한 생보사를 인수해 몸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도 후보자로 꼽힌다. 지난해 금융지주사로 재출범한 후 비은행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PEF인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최근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직원공제회가 100% 출자한 더케이손보 역시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하나금융지주가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M&A 성공여부에 관심이 뜨겁다.
더케이손보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당기순손실 111억 원을 기록했고, RBC비율은 169.15%를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지만 2014년 장기·일반보험 등 종합손해보험사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주요 가입자 상당수가 교직원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제시한 인수 가격은 약 15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8년 말 기준 더케이손보의 순자산 규모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나금융지주는 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으로 1000억 원 내외를 생각하고 있어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낮은 매각가를 감안할 때 양측이 원만하게 조율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이르면 이달 주식매매계약이 이루어진 후 1분기 내에 인수 완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나금융이 더케이손보를 인수할 경우 종합손해보험 판매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다. 자산 규모 18위에 불과한 하나생명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업계는 하나금융이 더케이손보 영업망을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KDB생명은 꾸준히 나오는 매물이다. 앞서 KDB산업은행은 2014년 두 차례, 2016년 한 차례에 걸쳐 KDB생명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매각에 재도전했지만 결국 적정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매각에 대한 의지는 강력하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 성공시 경영진에 최저 5억 원에서 최대 30억 원의 인센티브까지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직접 나서 KDB생명 매각가를 낮출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회장이 제시한 매각가는 2000억 원에서 8000억 원이다. 즉, 2000억 원에도 KDB생명을 매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매각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KDB생명 외에 알짜 매물이 많이 나온 상황인 데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겹쳐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예비입찰에는 두 곳의 사모펀드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MG손해보험 등도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MG손보의 경우 대주주인 새마을금고가 올해 체질개선 작업을 거쳐 매물로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안방보험이 대주주인 동양생명·ABL생명도 각각 올해 초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가운데 화계규제로 인해 자본확충에도 부담이 큰 만큼 추가 매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지주의 경우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 해외 진출, 판매 채널 확대 등을 위해 보험 매물에 관심을 보일 수 있으나 역마진이나 수익성 등 내실을 꼼꼼히 따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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