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은행권②] 앱 하나로 모든 금융업무를…新금융 시대 연 '오픈뱅킹'

오픈뱅킹이 지난 18일부터 전면 시행된 가운데 향후 은행과 핀테크 기업간 고객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각종 은행 및 핀테크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 화면. /더팩트 DB

은행 vs 핀테크, 무한 경쟁 돌입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올해 하반기 은행권에서 큰 화두로 자리한 것은 '오픈뱅킹'이었다. 그동안 은행권은 폐쇄적인 결제 및 데이터 인프라로 금융산업 혁신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오픈뱅킹 도입으로 금융산업의 벽을 허물고, 은행과 핀테크 기업 간의 협력과 경쟁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픈뱅킹이란 핀테크 기업이나 은행들이 표준 방식으로 모든 은행의 자금 이체나 조회 기능을 자체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뜻한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는 은행 앱 하나만으로도 모든 은행 계좌 △입·출금 이체 △잔액조회 △거래내역 조회 △계좌 실명 △송금인정보 등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월부터 금융위원회는 금융 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논의했고, 지난 10월 30일 오픈뱅킹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오픈뱅킹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10월 30일부터 시범 운영 일주일 만에 총 이용 건수는 1215만 건(평균 174만 건)을 기록했으며 이중 △조회 894만 건 △출금이체 22만 건 △기타 API(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이용 299만 건으로 확인됐다. 또한 시범 운영 동안에는 총 315만 명이 가입했으며, 773만 계좌가 등록된 것으로 집계됐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 김영기 금융보안원장,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권인원 금융감독원 부원장(왼쪽부터)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에 참석해 개막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성공적인 시범 운영 끝에 지난 18일, 오픈뱅킹은 전면 시행에 돌입했다. 전면 시행에 따라 핀테크 기업들도 은행 결제망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16개 시중 은행, 31개 핀테크 기업 등 총 47개 기관이 오픈뱅킹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이후에도 핀테크 기업이 순차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오픈뱅킹의 공식 출범으로 인해 시범 실시 중 과열 양상을 보였던 은행 간 경쟁이 핀테크 기업과의 경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은행들은 우대금리 상품, 납부기일·자산관리 등 새로운 특화 서비스를 내놓았다. 비상금 계좌를 숨길 수 있는 온·오프 기능과, 다른 은행에 퍼져있는 돈을 한 계좌로 모으는 기능도 선보였다.

핀테크 기업들의 경우 기존에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던 토스와 카카오페이의 경우 부담하는 수수료 비용이 1/10 수준으로 절감되어 무료송금 건수 확대 등 소비자 혜택이 늘어날 전망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을 비롯한 금융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에 참석해 토스의 오픈뱅킹 활용 서비스를 살펴보고 있다. /이동률 기자

특히, 그동안 금융거래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핀테크 기업들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핀테크 기업들은 은행들과 개별적으로 이용협약을 거쳐야 했고 정보 이용 수수료도 높았지만 좀 더 편하게 금융 정보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고객의 수요에 맞는 맞춤형 금융서비스도 제공 가능해진다.

토스·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은 보안 점검 등을 끝낸 뒤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내년에는 오픈뱅킹 서비스에 제2 금융권 참여도 추진하고 있어 '모바일 금융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계좌조회 및 이체 서비스 외에도 대출 조회 등도 새롭게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픈뱅킹은 활발한 금융거래로 이어지게 되어 은행들에게 수익 증대를 가져다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은행 등의 고객을 유치해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거나 반대로 고객을 빼앗길 수 있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즉, '고객 유치'라는 고민거리가 던져진 셈이다"고 말했다. 이어 "핀테크 기업들이 가세한 상황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단순히 계좌를 조회하고 이체하는 수준으로는 고객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자산관리 등 특화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오픈뱅킹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에 돌입하는 등 고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안 우려 등의 문제는 아직까지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더팩트 DB

다만, 보안 문제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금융 결제망이 열리면서 개인의 금융정보가 노출되기도 쉬워졌다. 특히 중소 핀테크 업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라 보안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것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만약 핀테크 앱에서 A은행의 계좌를 통해 B은행으로 송금을 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문제가 생겼다면 다양한 원인에 기반한 만큼 책임을 서로 미룰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회사와 달리 보안시스템 점검을 받을 기회가 적었던 핀테크 기업의 보안시스템이 신뢰할만한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픈뱅킹의 경우 보안 문제가 발생할 시 매우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핀테크 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안시스템 점검을 적게 받아왔다. 기존 금융회사보다는 보안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 정보 보안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고 전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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