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면세점 업계 2020년 경영 키워드 '명품·글로벌'
[더팩트|한예주 기자] 2019년 유통업계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소비 성향의 변화에 따라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위기에 봉착하면서 대형 유통 업체들조차 나름의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짜내는 데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백화점과 면세점 업계도 오프라인 채널의 생존 경쟁에 뛰어들었다. 백화점 업계의 경우 '빅3'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이 수장을 모두 교체하는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하며 '초고가'로 승부수를 던졌고, 면세점 '빅3'인 롯데·신라·신세계는 국내시장보다 해외시장으로 진출을 다짐하며 수익성을 타개해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초고가'로 부진 타개…백화점 새 먹거리 '명품'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은 2020년 정기인사를 통해 각사 수장을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실시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사업부장에 황범석 롯데홈쇼핑 상품본부장을 선임했다. 롯데쇼핑은 사업을 5개 사업부로 나누는데, 백화점사업부장이 롯데백화점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백화점은 김형종 한섬 대표를, 신세계백화점은 차정호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를 각각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각사 수장들은 체질을 변화하거나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 오프라인 유통시장 위기 극복이라는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백화점 3사가 공통적으로 선택한 전략은 '명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명품 비중은 올해 1~3분기 내내 20%대를 유지하며 전체 상품군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명품은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는 경향이 짙어 온라인쇼핑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다. 최근에는 백화점 비주류 고객인 10~20대 사이에서도 명품이 유행하고 있어 꾸준한 성장세가 전망된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올해 까르띠에·불가리·구찌·티파니 등 명품 매장을 개편했다. VIP 고객 구성비가 매우 높은 강남점에는 지난 11월 국내 현존 리빙 편집숍 중 초고가 리빙 상품을 취급하는 '더 콘란샵'을 오픈하기도 했다.
황범석 신임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은 명품을 중심으로 한 리뉴얼 작업에 박차를 다할 계획이다. '백화점 1층=화장품 매장'이라는 공식을 깨고 명품 매장으로 변신시키며, 본점 2층과 5층의 여성 캐주얼과 남성복 매장도 각각 여성 명품과 남성 명품으로 바꾸면서 명품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백화점도 명품 브랜드 유치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봤다. 강남점은 국내 백화점 최초 연 매출 2조를 돌파할 전망이다. 구찌, 프라다, 루이비통, 펜디, 보테가베네타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물론, 남성과 여성 매장으로 분리해 젊은 고객 유치에 성공한 덕이다.
차정호 신임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2019년 명품 전략이 효과적으로 통했던 만큼 2020년 역시 명품 유치에 초점을 맞추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자 한다. 차 신임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재직 당시 끌로에와 리스 등 해외 유명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는 등 명품 라인을 강화한 공을 인정받은 바 있어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2021년 대전에 사이언스 콤플렉스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각종 명품 브랜드와 복합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해 대전지역 1위인 한화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을 뛰어넘겠다는 포부다.
현대백화점 역시 최근 버버리·페라가모 등 매장을 재개장하고 알렉산더맥퀸·브레게 등의 매장을 새로 열었다.
김형종 신임 현대백화점 대표는 여기 더해 압구정 에르메스 매장을 복층 형태로 구성하고 영업면적을 2배 이상으로 확장해 젊은 층이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 구성을 늘릴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은 명품 라인을 갖추지 못한 신촌·미아·중동·울산·가든파이브 등의 점포에 명품 입점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초에는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으로 추진하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가칭)'의 개점도 예정돼 있어 김 대표는 신규 점포 출점을 철저히 준비할 것으로 점쳐진다.
◆ '미운 오리 새끼' 면세점, 글로벌로 돌파구 찾기
2015년까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던 면세사업은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중국인 단체 관광객 감소, 따이궁(보따리상) 중심의 시장 재편에 따른 송객수수료 경쟁 등으로 '미운 오리 새끼'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한화와 두산 등 대기업 면세점들이 줄줄이 사업 종료를 선언하며 면세점 '빅3'인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은 독식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면세사업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중국 고객에게만 의존하는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너 일가의 면세점 사랑은 끝나질 않는 중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포화상태인 국내 면세시장에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리스크를 분산하겠다는 전략이다.
2013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면세점과 미국 괌공항점에 진출한 롯데면세점은 2014년부터 일본 간사이공항과 긴자 시내면세점을 열었다. 올해 역시 지난 1월 오세아니아 지역 5개 지점과 지난 7월 베트남 하노이 공항점을 오픈하는 등 해외 사업 영역 확장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내년 초 베트남 다낭시내점까지 추가 오픈하면 신동빈 회장의 롯데면세점 해외 매장은 14개로 늘어난다. 신 회장은 2020년 해외 사업에서 매출 1조 원을 올리고, 2023년까지는 오세아니아의 최대 면세 사업자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2013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을 시작으로 꾸준히 해외 시작에 진출해 현재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마카오 국제공항, 태국 푸껫 시내면세점, 일본 도쿄 시내면세점 등 총 5곳의 해외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카오 국제공항 면세상업시설 사업권 입찰에서 최종 사업자를 따냈으며, 세계 1위 기내면세점 업체 '쓰리식스티'(3Sixty) 지분 44%를 인수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사장은 면세점 부문 강화를 위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직접 현장 경영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7월 호텔신라는 아시아 시장에서 파트너십 확대를 위해 씨트립과 업무 협약을 맺는 등 글로벌 관광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이에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해외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면세점 사업자 중 가장 많은 해외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이 사장은 30여 년간 쌓아 온 면세점 운영 능력과 노하우를 발판 삼아 해외 면세사업 확장을 진행하겠다는 포부다.
면세업계 후발주자인 정유경 사장은 신세계면세점을 단기간에 '빅3' 반열에 올려놓은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신세계디에프의 초대 대표인 손영식 대표와의 협업을 통해 시내와 공항을 중심으로 국내 사업장을 빠르게 늘렸다.
특히, 면세점을 단순히 쇼핑을 하는 공간을 넘어 문화와 체험을 한 데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데 집중해 다른 면세점들과의 차별화에 집중했다.
최근엔 정 사장이 직접 브랜딩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화장품 브랜드 연작(YUNJAC)을 면세점에 입점시키며 한국의 럭셔리 화장품을 좋아하는 중국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해외 면세점 진출을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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