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입차 시장, 지난해 판매량(26만 대) 돌파 불투명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지난해 수입차 판매대수가 26만 대를 돌파하면서 수입차 전면 개방 30여 년 만에 최대 기록을 세웠다. 올해 수입 자동차 시장은 크고 작은 악재가 발목을 잡으면서 성장세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주요 업체들이 물량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일본차 업체들은 불매 운동 직격탄을 맞았다. 수입차 업체는 신차 출시와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이다. 올해 수입차 시장에 있었던 다양한 이슈들을 살펴본다.
◆일본차, 역대급 할인으로 불매 운동 극복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올 하반기부터 일본차 불매운동이 본격화됐다. 직격탄을 맞은 토요타와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은 판매량이 한때 바닥을 찍었고, 철수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토요타의 지난 9월 판매량은 374대로 전년 동기 대비 61.9% 고꾸라졌다. 혼다의 9월 판매량(166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2% 줄었다. 특히 닛산과 인피니티는 9월에 각각 46대, 48대밖에 팔리지 않아 철수설이 돌기도 했다.
일본차 불매 운동이 지속하자 업체들은 파격 할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부 차량은 1000만 원이 훌쩍 넘는 할인이 적용돼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할인 판매 후 토요타의 10월 판매량은 408대, 지난달에는 780대까지 뛰었다. 혼다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파일럿'을 최대 1500만 원 할인 판매하면서 10월 806대를 팔았다. 다만, 파일럿의 물량이 소진된 지난달에는 453대로 내려앉았다.
닛산과 인피니티도 회복세다. 닛산은 10월 139대에 이어 지난달 287대로 증가했고 인피니티는 10월 168대에서 지난달 318대로 뛰었다.
일본차 업체 대부분이 파격 할인이라는 '고육지책'을 내놓으며 위기를 극복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는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도 감소폭이 크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렉서스의 지난달 누적 판매량은 1만140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1815대보다 3.5%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일본차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1만 대 고지'를 밟았다.
렉서스는 최근 일부 모델에 4%가량의 할인을 적용했는데, 일본차 업체나 프리미엄 독일차 업체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렉서스가 불매 운동의 여파가 크지 않았던 것은 수입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세단 'ES300h'를 대체할 차량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유럽차 업체들이 디젤차에 주력해 온 동안 렉서스는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해 왔다. 특히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렉서스의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량이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 메르세데스-벤츠, 4년 연속 1위 가능성
올해도 수입차 시장을 주도한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볼륨 모델 'E클래스'를 앞세워 11월까지 6만9712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만4325대보다 8.4% 증가했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는 7만798대를 팔면서 수입차 최초로 7만 대 고지를 밟았다. 올해는 지난해 기록을 가뿐히 넘을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달려왔다. 12월 집계를 남겨두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1위 수성을 예상하고 있다.
11월까지 누적판매 3만9061대를 기록한 BMW가 2위에 랭크돼 있다. BMW가 월 4000~5000대가량을 판매하고 있어 사실상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도 최다 판매 브랜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아우디·폭스바겐의 부활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인증지연과 물량부족으로 올해도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웠다. '디젤게이트' 사태 이후 지난해 4월 시장에 복귀했지만 판매할 차량이 없어서다.
아우디는 올해 상반기 판매 차량은 3대뿐이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 인증절차가 마무리되고 물량을 확보하면서 판매량은 급증했다. 아우디의 올해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2767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9월 1996대, 10월 2210대, 지난달 2655대를 판매하면서 11월까지 총 9628대를 팔았다.
아우디는 현재 A3와 A4, A5, A6, A8, Q7 등 판매 라인업을 회복하면서 내년 전망이 밝다.
폭스바겐도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엔 팔 차가 없어 부진했던 폭스바겐은 하반기에 SUV '티구안'과 중형 세단 '아테온' 등 2차종을 내세워 판매량 회복에 나서고 있다.
폭스바겐은 11월 2024대로 수입차 판매 4위에 올랐다. 지난 10월 말 인도되기 시작한 2020년형 티구안이 2000대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면서 베스트셀링카 1위를 차지했다. 또 5월부터 인도된 아테온은 11월까지 총 3448대가 팔렸다. 폭스바겐은 티구안과 아테온 등 사실상 두 차종으로 하반기를 버티고 있다.
폭스바겐의 11월까지 누적 판매는 5706대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60.0% 역성장했다. 올해 실적은 부진하지만 최근 들어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어 내년이 기대되는 브랜드다.
◆ 럭셔리·슈퍼카의 흥행
롤스로이스와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럭셔리·슈퍼카 브랜드의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전체 수입차 판매량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판매량은 미비한 수준이지만 수억 원대의 몸값을 고려하면 비약적인 성장세다.
람보르기니는 올해 11월까지 155대가 팔렸다. 지난해 동기 대비 판매량(10대)과 비교하면 무려 1450% 증가했다. 또 롤스로이스는 지난달까지 150대가 신규등록됐다. 롤스로이스는 지난 9월까지 126대가 팔리면서 이미 작년 판매량(123대)을 넘어섰다.
람보르기니와 롤스로이스의 판매량 증가는 SUV 모델이 효자 역할을 해서다. 람보르기니가 지난 5월 출시한 '우루스'는 전체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루스의 판매가격(2억5000만 원부터)을 우라칸이나 아벤타도르보다 낮춘 것이 주효했다. 롤스로이스의 컬리넌도 올해 판매량 30%가량을 차지할 만큼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다.
포르쉐의 11월까지 판매량은 3814대로 전년 동기 대비 6.2% 줄었다. 하지만 고성능 슈퍼카 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실적이다. 특히 SUV '카이엔'은 11월까지 총 2154대가 판매됐는데, 포르쉐 전체 판매량의 절반이 넘는다. 카이엔은 SUV로 제작됐지만 고성능 스포츠카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력한 성능으로 고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한편, 올해 수입차 시장은 일부 브랜드들의 부진으로 판매량이 지난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1월까지 등록된 수입차는 21만4708대로 지난해 26만대 판매 기록을 넘어서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수입차 시장은 매달 2만 대 안팎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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