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0년 경제정책방향' 발표…면세점 "입국장 인도장 방향 나와야"
[더팩트|한예주 기자] 내년부터 입국장 면세점에서도 담배 판매가 허용된다. 그간 꾸준히 실효성 논란이 일었던 입국장 면세점이 이번 기회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담배 판매보다 입국장 인도장 설치에 대한 논의 방향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입국장 면세점 담배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기내 면세점은 국제규범에 따라 담배를 팔지만, 입국장에서만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담배를 입국장에서 판매하기 위해서는 관세법 시행규칙을 바꿔야 한다"며 "입법예고 등을 고려하면 3월부터는 판매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문을 열며 "면세점 내부가 혼잡해질 수 있고, 면세점에서 구매한 담배가 국내 시장에 유통될 수 있다"는 이유로 담배 판매를 금지한 바 있다.
반년 만에 결정을 뒤집은 데 대해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시범운영) 평가를 해보니 당초 우려사항에 대한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담배판매 허용도 면세한도와 동일한 1인 1보루이기 때문에 교란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중소 업체들은 정부의 이번 결정을 반기고 있다. 현재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에스엠과 엔타스다. 에스엠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 엔타스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간 입국장 면세점은 주류와 화장품, 향수, 패션, 잡화, 전자제품 등을 판매하고 있지만 출국장 면세점에 비해 상품 수가 적은 데다 담배를 판매하지 않아 수익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담배는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기준 화장품, 주류에 이어 세 번째로 매출이 높은 상품이다.
관세청과 면세업계에 따르면 입국장 면세점의 매출은 출범 첫 달인 6월 53억6200만 원에서 7월 41억8700만 원으로 떨어졌고, 8월과 9월에도 각각 47억7300만 원, 43억1400만 원의 매출을 거뒀다. 10월엔 49억1200만 원으로 오픈 첫 달보다 줄었다. 이는 당초 인천공항공사가 예상한 월평균 매출 80억 원을 훨씬 밑돈다.
에스엠면세점 관계자는 "시범운영 기간 동안 여러 제약 조건들이 있는 상황에서 운영해 왔다"며 "(담배 판매 허용이라는) 편의까지 제공 된다고 하면 좀 더 공격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엔타스면세점 관계자 역시 "입국장 면세점에서 담배를 찾는 사람이 많아 매출을 비롯한 여러 방면으로 도움은 될 것"이라며 "예전부터 논의가 나왔던 만큼 관련 준비가 갖춰져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동선이 복잡해 일정 비중 담배 판매를 허용한다고 해도 큰 폭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고 면세구역 밖으로 나가는 것을 중심으로 동선이 짜여 있는 상황에서 굳이 입국장 면세점을 찾아 담배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담배의 경우 무한정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출국장면세점이나 기내에서 살 경우 추가로 구입할 수 없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 위치도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담배 판매 허용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면서 "담배 자체가 다른 면세품에 비해 마진율이 적다는 점도 수익성 개선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담배 판매보다는 입국장 인도장 이슈가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입국장 인도장이 생긴다면 입국장 면세점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어 대기업들과의 생존경쟁에 내몰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에스엠면세점 관계자는 "사실 일반 여행객 입장에서는 미리 구매한 물품을 입국하면서 찾는 것이 편하지 새로 구매하는 것은 번거로울 수 있다"며 "입국장 인도장이 설치되면 더 힘들어 질 것이기 때문에 인도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라든지 방향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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