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 19일 서울정부청사에서 보험사 CEO 간담회 진행
[더팩트│종로=황원영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가치경영으로 전환하라고 당부했다.
은 위원장은 19일 오후 서울정부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보험사 CEO 간담회를 개최하고 "더 이상 단기 매출과 실적 중심의 과거 성장 공식이 지속될 수 없다"며 "보험사가 가치 경영으로 장기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 업계가 저출산·저성장·저금리 여파로 위기를 맞았음에도 여전히 단기 실적에만 집중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날 은 위원장은 △내실 있는 경영 △위험 관리 △건전성 등 3가지를 주문했다. 우선 은 위원장은 "보험사의 기본은 좋은 상품을 만들어 잘 팔고 자산을 적정하게 운용해 약속한 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라며 "이에 충실해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 나가는 교과서적인 보험의 기초가 굳건한 성장 기반이 돼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험 관리에 대해서는 "보험산업 여건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면서 과거에는 문제되지 않았던 것들이 보험사에 위기로 닥칠 수 있게 됐다"며 "상품개발, 판매, 자산운용 등 전 과정에서 잠재적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22년 도입하는 새 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킥스·K-ICS)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IFRS17과 킥스는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평가 시점의 시장가치로 산출한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험부채를 새 기준으로 평가할 경우 보험사의 자산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그는 "보험부채 시가평가와 신지급여력제도로의 전환이 보험업계에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자산운용 측면에 있어 보험사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등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방안들을 살펴보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은 위원장은 최근 보험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보험료 인상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은 위원장은 "실손의료보험의 가입자가 3800만여명,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의 가입자는 2300만여명으로 국민의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금융산업"이라며 보험료 인상이 소비자 부담으로 직결될 것임을 은연 중에 시사했다.
이어 "실손의료보험의 구조 개편과 비급여 관리를 관계 부처 등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자동차보험 등 보험금 누수를 유발하는 제도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보험 업계는 이자리에서 내년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보험료 인상폭이 정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보험업계와 정부는 보험료 인상율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손해율 급등과 정비공임의 급격한 인상으로 자동차보험은 최소 5% 이상, 실손보험은 15% 이상 각각 인상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최소한의 인상율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보험사가 추진할 수 있는 신사업에도 힘을 실어준다는 계획이다. 은 위원장은 "인슈테크의 활성화, 헬스케어와 같은 서비스와 보험의 결합 등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윤열현 교보생명 사장,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이재원 푸본현대생명 사장 등 생보사 대표와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양종희 KB손보 사장, 오병관 NH농협손보 사장, 최원진 롯데손보 사장, 민홍기 AIG손보 사장 등 손보사 대표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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