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과감한 세대교체로 위기 돌파 나선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고강도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젊은 인재를 핵심 사업 분야에 과감히 배치하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는 평가다.
롯데그룹은 19일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케미칼·호텔롯데 등 유통·식품·화학·서비스 부문 50여 개 계열사의 2020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롯데그룹의 임원 인사는 '인적쇄신'으로 요약되며, 그룹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확연히 드러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먼저 롯데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갈 사령탑인 롯데지주는 주요 역량 집중 및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두 명의 대표이사가 각각의 업무 권한을 갖는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기존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사업 및 글로벌 사업 전략과 재무, 커뮤니케이션 업무 등을 담당한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하면서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의 역할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호텔&서비스BU장을 맡아왔던 송용덕 부회장은 롯데지주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인사, 노무, 경영 개선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송용덕 부회장은 그룹의 인재육성 및 조직 업무 효율을 통해 그룹의 근본적인 역량 강화에 주력하게 된다.
송용덕 부회장의 이동으로 롯데지주에서 그룹의 재무 업무를 총괄하던 재무혁신실장 이봉철 사장이 호텔&서비스BU장을 새롭게 맡게 됐다.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은 재무1팀장 추광식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맡는다.
새로운 호텔&서비스BU장인 이봉철 사장은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해 재무 업무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아왔다. 2012년에는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2014년부터는 그룹의 재무혁신실장으로 근무하면서 롯데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이끌었다. 이봉철 사장의 보임으로 호텔BU는 향후 호텔롯데 IPO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유통BU장 이원준 부회장은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그룹의 성장과 후배들을 위해 일선에서 용퇴했다. 신임 유통BU장으로는 롯데백화점 강희태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후 임명됐다.
신임 유통BU장인 강희태 부회장은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본점장과 상품본부장을 거쳤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사업부문장으로 글로벌 사업을 이끌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대표는 2017년부터 맡아왔다. 롯데그룹은 강희태 부회장이 다양한 경험을 살려 롯데 유통 부문의 미래 성장 전략을 모색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임원 인사에서는 BU장 이동 및 주요 계열사 조직개편으로 인해 많은 계열사 대표와 조직장이 변경됐다. 대부분 50대 젊은 인재다. 특히 실적이 부진했던 유통 부문에서 변화가 컸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의 사업본부 대표를 사업부장으로 조정한 롯데쇼핑은 문영표 부사장이 롯데마트 사업부장으로 유임된 것을 제외하고는 4개 사업부 수장이 모두 교체됐다. 백화점 사업부장에 롯데홈쇼핑의 황범석 전무, 슈퍼 사업부장에 롯데마트 남창희 전무, e커머스 사업부장에 롯데지주 조영제 전무, 롭스 사업부장에 롯데백화점 홍성호 전무가 선임됐다.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이완신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악화되는 영업환경 속에서도 롯데홈쇼핑의 실적 개선을 견인한 공을 인정받았다. 코리아세븐 대표이사는 최경호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내정됐다. 롯데컬처웍스 대표이사는 롯데지주 기원규 전무가 맡는다. 롯데멤버스 대표이사는 롯데백화점 전형식 상무가 전무로 승진, 보임한다.
유통 부문 외에도 지주에서 박현철 경영개선실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로는 정경문 전무가 내부 선임됐다. 롯데비피화학 대표이사로는 롯데케미칼 김용석 전무가 내정됐다. 식품 부문 롯데중앙연구소 대표이사는 이경훤 전무가 맡는다. 기존 롯데케미칼 이석환 전무는 새로운 롯데자이언츠 대표가 됐다.
호텔&서비스 부문에서는 김현식 전무가 호텔롯데의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롯데월드 신임 대표이사는 최홍훈 전무다. 롯데상사 대표이사로는 정기호 상무가 내부 선임을 통해 보임됐다.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대표이사로는 최세환 상무가 전무로 승진, 내정됐다.
아울러 롯데그룹은 주요 성장 축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이 처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전면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키워드는 '미래 준비'다.
롯데쇼핑은 사업부 간 시너지를 최대화하면서 일관성 있는 투자 및 사업전략 수립을 위해 기존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던 백화점·마트·슈퍼·e커머스·롭스 사업부문을 롯데쇼핑 '원 톱(One Top)' 대표이사 체제의 통합법인으로 재편한다. 롯데쇼핑 통합법인은 쇼핑 내 전 사업부의 투자 및 전략, 인사를 아우르게 된다. 기존 각 계열사들은 사업부로 전환되며 각 사업부장들은 사업부의 실질적인 사업 운영을 담당한다. 재편된 롯데쇼핑의 대표이사는 기존 롯데백화점 대표이사이자 신임 유통BU장인 강희태 부회장이 겸임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으로 롯데쇼핑은 미래 성장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고 의사결정단계 축소를 통한 빠른 실행력을 확보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 유통 분야의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 1월 1일로 예정된 롯데첨단소재와의 합병을 통해 통합 케미칼 대표이사 아래 기초소재사업 대표와 첨단소재사업 대표체제로 개편된다. 두 사업 분야의 특성이 상이한 만큼, 각 영역에서 핵심 역량을 효과적으로 강화해 궁극적으로는 롯데케미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통합 케미칼의 대표이사는 김교현 화학BU장이 겸임한다. 기초소재사업 대표는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가 유임됐다. 첨단소재사업 대표는 롯데첨단소재 이영준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보임됐다.
롯데칠성음료는 기존 음료와 주류 각자 대표이사 체계에서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이영구 대표이사 체제로 통합됐다. 이를 통해 음료와 주류의 유통, 생산, 판매 역량을 집중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인사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판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변화 폭이 큰 만큼 기존의 사업 방식을 고수하다간 지금의 자리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롯데그룹은 지난 10월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이를 유지하고 있다. 주력 사업이 부진하고 경기 하강, 불매운동 등 경영 여건이 악화된 상황을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하자는 강도 높은 주문이다. 이런 비상 경영 선포는 향후 임원 인사를 통해 대대적인 쇄신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리는 예고로 읽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날 임원 인사에 대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시장의 틀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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