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 '훈훈한' 상생…소비자들 이마트서 '못난이 감자' 산다
[더팩트|이민주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폐품 감자로 시름에 빠진 농가를 돕기 위해 추진한 이마트 상생 전략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 시내에 있는 한 이마트 매장을 찾았다. 문을 연 지 한 시간이 지난 시점인 만큼 마트 매장 내부는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지하 2층에 위치한 식품코너에는 '이른 장보기'에 나선 약 30여 명의 고객들이 물건을 둘러보고 있었다.
식품코너로 진입하자 '지역특산물 살리기 프로젝트 맛남의 광장'이라고 적힌 큰 플래카드가 눈길을 끌었다. 매장을 누비던 고객들은 '못난이 감자'(폐품 감자) 매대 앞에서 한 번씩 멈춰섰다.
20분 만에 5명의 손님이 못난이 감자를 사갔다. 구매자들 대부분은 "전날(12일) 방송을 보고 못난이 감자를 사기 위해 왔다"라고 말했다. (2019년 12월 13일 자 <'정용진 부회장이 왜 여기서 나와?' 소통 경영의 '신세계'> 기사 내용 참조)
못난이 감자는 일반 감자에 비해 약 4배 저렴했다. 못난이 감자는 한 봉지(900g)에 780원, 이모작햇감자는 100g에 348원(900g 기준 3132원)이었다.
이날 매대 앞에서 만난 주부 이 씨는 "'맛남의 광장' 방송을 보고 왔다. 못난이 감자라지만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다"며 "방송을 보고 진짜 있을까 싶어 왔는데 실제로 마트에서 이렇게 바로 볼 수 있다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못난이 감자 한 봉지를 카트에 담았다.
못난이 감자를 구매한 고객들은 한목소리로 "소외 농가를 돕는다는 좋은 취지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주부 김 모 씨는 "어제 백종원이 나오는 방송을 보고 사러왔다. 못난 감자라 팔지 못하면 다 버려야 한다는 말에 마음이 아파 돕고 싶다고 생각했다"라며 못난이 감자 두 봉지를 구매했다.
마트 내부에서도 전례 없는 '상생 마케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식품코너에서 만난 한 직원은 "오늘부터 못난이 감자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인기가 있는 편이다. 지역특산물을 살린다는 취지가 좋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라며 "오전인데도 못난이 감자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이 꽤 있다. 정말 이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맞는지 묻는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좋은 취지의 행사기 때문에 향후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농가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관련 상품을 선보이려 한다"며 "다만 아직까지 못난이 감자 이후에 결정된 상품은 없다. 현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는 들었으나 정확한 매출 집계는 추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이마트는 못난이 감자를 시작으로 향후에도 도움이 필요한 농가와 협업한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한편 못난이 감자는 전날(12일) 오후 방송된 SBS의 예능 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을 통해 소개됐다. '맛남의 광장'은 출연진이 지역 농가에서 생산하는 특산품을 활용해 신메뉴를 개발,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과정을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인이자 외식사업가인 백종원은 이날 방송에서 '못난이 감자'로 불리는 폐품 감자로 시름에 잠긴 강원도의 한 농가의 사연을 소개했다. 백종원은 "도움을 줄 사람이 생각났다"며 정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백종원의 부탁을 받은 정 부회장은 "고객들에게 알려서 제값 받고 팔 수 있도록 해보겠다"며 상생안 마련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이마트는 이날부터 전국 141개 점포에 '맛남의 광장' 코너를 조성하고 못난이 감자 판매를 시작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