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매장·컬래버 등 다양한 시도…젊은 감성 통할까
[더팩트|한예주 기자] '40대 젊은 경영인' 최운식 대표가 이랜드월드를 이끈 지 1년이 됐다. 업계에서는 오너일가의 공백으로 최 대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던지기도 했으나 이랜드월드는 젊은 감성을 통해 트렌드를 쫓아가며 '핫'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스파오 론칭 10주년을 맞아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며 정체된 패션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최 대표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랜드그룹은 '깜짝' 인사를 통해 최운식 상무를 이랜드월드의 대표로 발탁했다.
지난 인사의 핵심은 40여 년 동안 이랜드를 이끌었던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퇴진이었다. 박 회장은 미래 먹거리 발굴과 경영자 육성에 전념할 것을 다짐하며 박회장의 동생인 박성경 부회장과 나란히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특히, 2020년 이랜드 창립 40주년을 앞두고 젊고 역동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3040 젊은 피 대표들을 각 계열사 대표들로 발탁하는 인사를 실시하며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당시 이랜드 측은 "내년이면 창립 40주년을 맞게 되는 이랜드가 각 계열사별 경쟁력 강화를 통해 그룹이 한 단계 도약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며 "이랜드의 향후 40년 밑그림을 만드는 한 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40세의 나이로 대표가 된 최운식 이랜드월드 대표에 대한 관심은 컸다. 이랜드그룹의 모태는 패션업이다. 이화여대 앞 옷 가게에서 출발한 이랜드는 패션업으로 중심으로 유통과 외식, 호텔 및 레저 등 사업을 확장해왔다. 이랜드월드의 패션사업과 이랜드리테일의 유통업이 그룹 전체의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다. 이에 그룹의 중추 사업을 평사원 출신의 젊은 CEO에 맡긴다는 것에 대해 '모험'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끊이질 않았다.
최 대표는 다양한 시도를 하며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당초 이랜드월드의 핵심브랜드인 스파오의 사업본부장으로써 '지금의 스파오'를 만든 공로를 인정받아 대표 자리에 오른 만큼 스파오를 중심으로 약진을 이끌어가는 중이다. 2009년 론칭한 제조유통일괄(SPA) 브랜드 스파오는 지난해 매출이 3200억 원 수준이다. 일본의 SPA 브랜드 유니클로에 이은 업계 2위다. 현재 이랜드월드는 스파오를 비롯해 미쏘, 뉴발란스 등 20여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최 대표는 취임 후 가장 먼저 현장 중심으로 시스템을 바꿨다. 이랜드 측은 "현장에서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매장 직원들의 의견을 상품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주요 보직도 현장을 잘 아는 사람들이 맡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 대표는 취임 후 곧바로 파격적인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여러 브랜드를 남성복 여성복 아동복 등으로 묶어 관리하던 기존의 비즈니스유닛(BU) 장을 없앴고, 주요 12개 브랜드를 각각 담당하는 '브랜드장'을 모두 30대 직원으로 선발해 최 대표 직속으로 뒀다. 스파오는 37세인 이승관 씨가 전국에 90여개 스파오 매장의 영업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RFID(무선 주파수 인식) 기술을 결합한 'SPA 2세대' 스파오 매장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에 오픈했다. 지난 6일 문을 연 이 곳은 스파오 국내 91번째 매장이며 론칭 10주년에 맞게 노하우를 집약한 매장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찾고 싶은 상품이 있으면 주변 직원을 불러 문의하는 것이 아닌 매장 내 비치된 태블릿으로 고객이 직접 재고를 조회할 수 있게 됐으며, 회사는 RFID로 모아진 빅데이터를 활용해 재고나 판매량을 관리하면서 좀 더 적중도 높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다.
스파오의 인기캐릭터들과의 컬래버레이션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와 EBS '펭수'의 컬래버레이션 파트너로 잇따라 선정되며 스파오는 캐릭터 의류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짱구, 세일러문, 해리포터 등 다양한 캐릭터와의 컬래버레이션 이력을 바탕으로 디즈니와 EBS의 잇따른 선택을 받게 된 것 같다"며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다보니 경쟁사보다도 움직임이 민첩하다"고 말했다.
컬래버 제품의 대박으로 스파오는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스파오의 2015년과 2016년 영업이익은 20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 수준에 그쳤으나 2017년에는 142억 원, 2018년 25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카카오와 네이버처럼 자사 캐릭터를 상품화해 판매하는 캐릭터편집숍 '스파오 프렌즈' 사업도 시작해 컬래버레이션 상품과 자체 캐릭터 상품을 모아 선보일 예정이다. 최 대표는 뷰티 시장에도 출사표를 내 인형, 잡화, 뷰티 시장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혀 국내 유일 캐릭터 편집숍으로서 입지를 다져가겠다는 의지다.
이랜드 관계자는 "2009년에 론칭해 올해 10주년을 맞은 스파오에게는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2세대 매장, 컬래버레이션 등 최 대표의 의견이 반영된 여러가지 혁신적인 시도들을 통해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것에 초점을 많이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