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검사·판매규제 강화 조건으로 은행권 건의 수용
[더팩트│종로=황원영 기자] 파생결합펀드(DLF)로 불거진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를 제한키로 한 금융당국이 방침을 일부 철회했다. 이에 따라 은행은 신탁 상품의 95%를 차지하는 주가연계신탁(ELT)을 팔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12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최종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14일 개선방안을 발표한 후 2주간 업계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한 방안이다.
애초 금융당국은 고난도금융상품에 해당하는 사모펀드와 신탁 등의 판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했다. 이에 은행권은 40조 원 규모의 신탁 시장을 잃게 됐다며 공모형 주가연계증권(ELS) 신탁 판매를 강하게 요청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미 판매한 대표 지수에 한해 신탁 판매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는 은행권 의견을 청취했다. 은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은행들이 건의한 내용이 합리적"이라며 "투자자 보호에도 힘쓰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건의를 수용하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말했다.
최종안에 따르면 △기초자산이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고 △공모로 발행됐으며 △손실배수가 1이하인 파생결합증권은 신탁 판매가 허용된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5개 대표지수(KOSPI200, S&P500, Eurostoxx50, HSCEI, NIKKEI225)를 기초자산으로 한 공모형 ELT 설계가 가능하다.
ELT 판매량은 11월말 잔액 이내로 제한한다. 지난 6월 기준 은행권의 ELT 판매 잔액이 약 40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판매량은 37조~40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김정각 자본시장정책관은 "은행장 간담회에서도 (신탁 판매와 관련해) 건의가 나왔고 실무자간 회의에서도 여러 논의가 있었다"며 "은행이 판매한 ELT는 대부분 5개 대표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묶어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손실이 크지 않았다. 투자자나 소비자의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은행권 요구를 수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위는 해당 신탁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는 만큼 DLF 대책을 통해 발표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관련 강화된 투자자 보호장치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탁재산 운용방법 변경시에도 신탁 편입자산에 대한 투자권유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또, 상품설명서와 별도로 고난도상품에 대한 투자설명서도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금융위는 이날 은행에서 판매가 금지되는 고난도 금융상품에 대한 기준도 명확히 했다. 고난도·고위험 금융상품의 기준은 파생금융상품 등이 포함된 복잡한 상품이면서 원금 손실률이 20%를 초과할 수 있는 상품으로 규정했다. 주식, 채권(전환사채·교환사채 포함), 부동산 등 실물 상품, 기관투자자간 거래 및 거래소에 상장된 상품(장내파생·ETN 등)은 제외하기로 했다.
최대손실가능액은 상품구조상 위험에 따른 손실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발행인의 신용위험은 포함되지 않는다.
고난도금융상품 판단 여부는 금융사가 1차적으로 판단하고,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금융투자협회나 금융위에 판단을 의뢰할 수 있다.
이밖에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을 기존 1억 원 이상에서 3억 원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도 담겼다.
투자자성향 분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당초 발표안인 1~3년보다 줄어든 1~2년 범위 내에서 금융사 자율적으로 투자자성향 분류의 유효기관을 관리토록 했다.
주문자생산펀드(OEM펀드)에 판매사에도 제재근거를 마련하고, 현행 OEM펀드 적용기준을 최대한 폭 넓게 해석해 엄격하게 규율하는 내용도 담겼다.
금융위는 내년 중 은행권의 신탁 등 고위험상품 판매 실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서 테마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사모펀드가 사모펀드답게 설정·판매되고, 충분한 위험감수능력이 있는 투자자가 자기책임 하에 투자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이번 종합방안을 토대로 지난달 14일에 발표한 일정에 따라 제도개선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