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현대해상,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율 검증 신청
[더팩트│황원영 기자] 실적 악화에 허덕이던 손해보험사(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위해 요율 검증에 돌입했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역대 최악을 기록한 만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올해만 자동차보험료가 두 차례 오른 데 이어 내년에도 재차 보험료가 오를 경우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이 자동차보험료 인상폭을 결정하기 위해 최근 보험개발원에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했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다른 보험사들도 순차적으로 요율 검증을 의뢰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보험사가 보험료를 올릴 때는 인상 요인에 맞는 적정 인상폭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보험개발원의 검증을 받는다. 보험사는 검증 결과를 기반으로 2∼3주 내부 준비 절차를 거쳐 인상된 요율을 전산에 반영한다. 이를 고려하면 인상된 보험료는 내년 초 책임개시일이 시작되는 자동차보험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손보사가 일제히 보험료 인상에 나서게 된 것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손해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뜻한다. 업계에선 적정 손해율을 76∼78%로 본다. 80%가 넘어갈 경우,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다.
지난달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7.6%로 올랐고, 현대해상, KB손보, DB손보도 각각 97%, 98.5%, 98.5%를 기록했다. 자동차보험을 보수적으로 취급해 손해율 관리가 됐던 메리츠화재 역시 90.3%로 집계됐다. 중하위권 손보사인 한화, 롯데, MG손보 등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손보 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낮아진 가장 큰 이유로 자동차 정비 공임 인상을 꼽고 있다. 정비수가 인상이라는 원가 상승 요인이 보험료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 올해 4월부터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한방 추나요법이 포함되면서 한방 진료비가 증가했고, 노동자 가동연한이 상향돼 손해율이 늘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법원이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함에 따라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주는 상실수익액과 휴업손해비 등이 늘어났다.
손보사들은 원가 상승 요인들을 충분히 반영하면 보험료가 현재보다 8∼10%가량 인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 1월 삼성화재(3.0%), DB손보(3.5%), 현대해상(3.9%), KB손보(3.5%) 등이 개인용 자동차보험 기준으로 보험료를 3∼4% 올렸다. 이어 6월에도 1~1.6%씩 재차 보험료를 올렸으나 손보 업계는 인상 요인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보고 있다.
반면, 올해만 보험료가 5%가량 오른 데 이어 내년에도 재차 보험료가 오를 경우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금융당국 역시 제동을 걸 수 있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물가 상승과 직결된다. 자동차보험료 인상 움직임이 공론화될 때마다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료 인상요인을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손해율이 급증해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단계에 이르렀으나 수년간 보험료를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며 "자체적으로 손해율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원가 상승은 보험료에 반영해야 한다"며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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