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전문투자자 자격요건 완화에 시장 확대 예상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증권사들이 잇따라 차액결제거래(CFD)를 도입하고 있다. 정부가 개인 전문투자자 인정 요건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관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CFD가 자산가의 세금 회피 수단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CFD 거래란 실제 투자상품을 보유하지 않고 진입가격과 청산 가격의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현물 주식과 달리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고, 공매도 계약과 매수 계약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주가가 하락할 때 매도진입이 가능해 헤지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CFD를 이용하려면 전문투자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CFD 거래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곳은 교보증권이다. 교보증권은 지난 2016년 해당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이어 올해 6월 DB금융투자, 키움증권 등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형 증권사들도 CFD 거래 서비스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하나금융투자는 CFD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도 현재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NH투자증권은 3분기 분기보고서를 통해 향후 추진 중인 신규사업으로 CFD 서비스를 도입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CFD 서비스 출시 시기 등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로 수요 급증 예상
업계는 최근 들어 증권사들이 잇따라 CFD 거래 서비스를 도입하는 배경에 대해 전문투자자 인정 요건 완화를 주요인으로 보고 있다.
CFD를 이용하려면 전문투자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을 한층 완화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존에는 금융투자상품 계좌를 년 이상 유지하고 잔고가 5억 원 이상이어야 했다. 정부는 앞으로 최근 5년 중 1년 이상 투자계좌를 유지하고 월말 평균잔고 기준 5000만 원이고 연 소득 1억 원(부부합산 1억 5000만 원)이면 전문투자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한 자산기준도 총자산 10억 원에서 거주 부동산·임차보증금 및 총부채 금액을 차감한 금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로 완화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CFD거래는 레버리지 효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개인 투자자도 공매도와 같은 파생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전문투자자 수가 늘면서 CFD 주식거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이 기준을 적용하면 전문투자자 수는 지난해 1950명에서 향후 15만~17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매도 및 세금 회피 수단 악용 우려도
일각에서는 CFD 서비스의 부작용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는 공매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진입가격과 청산 가격의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기 때문에 주식 없이도 매도 주문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공매도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개인투자자에게도 공매도의 길이 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자산가의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CFD 거래는 주식을 보유하는 개념이 아니라서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금융회사가 투자자를 대신해 주식을 사주는 것으로 양도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CFD가 국내에 도입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관련 법규나 규제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들어 CFD를 통해 주식을 매매하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냐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전문투자자 수가 많지 않아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지만, 향후 전문투자자들이 많이 늘어나는 만큼 CFD 거래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CFD와 관련한 제도를 만들고 올바른 투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