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그랜저, 3040세대 '성공의 기준' 자리매김할까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매년 10만 대, 누적 판매 35만 대.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준대형 세단 6세대 '그랜저'가 세운 기록이다.
1986년 7월 1세대 모델이 국내 완성차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33년의 세월 동안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던 그랜저가 지난 2016년 11월 6세대 모델 출시 이후 3년 만에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 '더 뉴 그랜저'로 새롭게 태어났다.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외관 디자인을 비롯해 인테리어와 파워트레인을 살펴보면, 사실상 풀체인지(완전 변경) 모델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변화다.
특히, 중형급 이상 모델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전면부 디자인이 공개되면서 각종 포털과 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는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을 만큼 화제를 모았다.
일단 초반 흥행에는 청신호가 제대로 켜졌다. 사전계약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으니 말이다. '더 뉴 그랜저'가 받아든 초반 성적표 때문일지는 몰라도 현대차에서도 연간 11만 대라는 통 큰 목표를 제시하며 신차의 장기 흥행을 점쳤다. 과연 현대차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지난 1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더 뉴 그랜저'에 몸을 싣고 남양주를 왕복하는 약 120km 구간을 달려봤다. 제조사를 막론하고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느끼는 바지만, 자동차의 생김새는 보는 사람의 취향과 주관에 따라 그 평가가 천차만별이다. 이날 '더 뉴 그랜저' 신차발표회에서도 디자인에 관한 기자들의 평가는 각양각색이었다.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파고든 전면부 헤드램프로 구성된 '일체형' 디자인을 두고 현대차 내부에서 조차 출시전 평가가 엇갈렸다는 전언이다. '괜찮다'라는 쪽에서는 더 날렵하면서 미래지향적인 고급 세단의 이미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가 나왔고, '애매하다'는 그룹에서는 반대로 차량의 포지션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이미지가 50대 이상의 소비층에게 외면받는 요인이 될 것 같다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전부에 집중된 시선을 측면과 후면, 실내 디자인으로 돌리자 여러 갈래로 나뉘었던 기자단의 평가가 '괜찮다' 쪽으로 모아졌다. '더 뉴 그랜저'의 차체 크기를 살펴보면, 전장은 4990mm로 기존 대비 60mm 늘었고, 휠베이스(축간거리)와 전폭 역시 2885mm, 1875mm로 기존 대비 각각 40mm, 10mm씩 늘어났다. 이 같은 수치의 변화는 고급스러운 세단의 이미지와 날렵한 스포츠 세단의 이미지를 적절하게 아우른 캐릭터 라인으로 진화했다.
후면 디자인 역시 만족스럽다. '그랜저'의 전통 디자인으로 여겨져 왔던 좌우 리어램프와 연결되는 커넥티드 타입 라이트 디자인의 경우 리어램프가 기존 모델 대비 더 얇고 길어지면서 고급스러우면서도 안정된 느낌을 전달한다.
다음은 실내다. 디자인 부분을 살펴보기에 앞서 가장 먼저 실내 공간에 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랜저랑 차이가 없겠는데?' 지난해 신형 '쏘나타'의 뒷좌석에 앉았을 때 신장 180cm의 성인 남성이 앉았을 때 주먹 2개가 들어갈 정도의 무릎 공간이 확보되는 광경을 보면서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이 같은 생각은 지난 6월 사촌 격인 기아차의 준대형 세단 'K7 프리미어' 출시 당시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의문이 얼마나 의미 없는지 깨닫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몇초에 지나지 않았다. '더 뉴 그랜저'의 뒷좌석에 앉았을 때 무릎과 앞좌석 등받이까지 공간은 차량 내부가 다소 단조롭게, 2% 정도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이 전해질 정도로 여유롭다.
단언컨대 뒷좌석 공간만큼은 후륜 기반의 상위 모델과 견줘도 모자람이 없다. 신장 163cm인 성인 여자가 다리를 뻗고 편안한 자세로 앉을 만큼 좌석 세팅을 한 상태로 신장 180cm인 성인 남자가 뒷좌석에 앉았을 때 노트북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확보된다.
디자인적 요소를 살펴보면,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12.3인치 풀 칼라 TFT LCD 클러스터 등 운전석에 앉아 곳곳을 살폈을 때 눈에 들어오는 구성과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K7 프리미어'에서 느껴지는 감성과 비슷하면서도 계기판과 내비게이션이 경계가 없는 심리스 형태의 디자인과 전자식 변속버튼 등 차별적 요소가 더해지면서 현대적인 느낌을 더 살렸다.
특히, '그랜저'와 '더 K9' 등 현대기아차의 준대형급 이상 고급 세단에서 하나의 관습처럼 이어져 왔던 원형 모양의 아날로그 시계가 'K7 프리미어'에 이어 이번 '더 뉴 그랜저'에서도 센터패시아에서 사라진 것은 박수가 절로 나올 만큼 반갑게 느껴진다.
달리기 성능을 살펴보면, 이날 시승차는 최고출력 290마력, 최대토크 35.0kgf.m의 힘을 발휘하는 6기통 3.3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최상위 모델이다. 이는 전 세대 모델과 비교해 출력과 토크 모두 개선된 수치로 시속 30~40km 저속, 140km 이상 고속 주행 모두 가속과 제동에 모자람이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주행모드에 따른 변화가 눈에 띄었다.
전자식 계기판 디스플레이 디자인이 바뀌는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모드 선택에 따라 실제 주행 감성이 동승자까지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를 보여주면서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BCA)와 서라운드 뷰 모니터(SVM), 운전자가 방향 지시등을 작동하면 해당 방향의 후측방 영상이 클러스터 화면에 나타나는 후측방 모니터(BVM), 고속도로주행보조(HDA) 등 다양한 첨단 편의 사양은 사실상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정숙성 역시 브랜드 최상위 모델이라는 상징성에 걸맞다. 정말 조용하다. 실제로 이날 시승 당시 차량이 정차 상태에서 운전석에 앉은 동승자가 시동이 꺼진 줄 알고 시동 버튼을 다시 누르기를 두 차례 반복하는 해프닝이 벌어져 웃음을 자아냈다.
'더 뉴 그랜저'의 판매 가격은 △2.5 가솔린 3294만~4108만 원 △3.3 가솔린 3578만~4349만 원 △2.4 하이브리드 3669만~4489만 원 △일반 판매용 3.0 LPi 3328만~3716만 원이다.
'성공'의 정의를 새롭게 쓰며 30~40대 젊은 소비층까지 아우르겠다는 현대차의 전략이 새 모델의 장기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30년을 넘는 세월 동안 베스트셀링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았던 '그랜저'라는 브랜드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모델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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