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지분…형 조현식 19.32%, 동생 조현범 19.31% '엇비슷'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조현범 대표는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면서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무엇보다 입지나 위상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조현범 대표의 부친인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여전히 많은 지분을 들고 있어 향후 승계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현범 대표는 지난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전피의자심문을 마치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법원이 이날 오후 10시쯤 조현범 대표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오너 부재 리스크'를 안게 됐다.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범죄 형태 등에 비춰 사안이 중대하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라며 조현범 대표의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앞선 지난 19일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조현범 대표를 배임수재와 업무상 횡령,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조현범 대표가 하청업체에 납품 등을 대가로 5억 원을 부정하게 받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약 2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범 대표는 이 과정에서 차명계좌를 사용해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형제 경영 체제 '휘청'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올해 초 한국타이어그룹에서 지금의 사명으로 바꾸고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조양래 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맡고, 차남 조현범 대표가 주력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경영한다. 형제 공동 경영 체제가 출범한 셈이다.
조현식 부회장은 지주사를 맡아 사업다각화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매출 대부분은 타이어 제조·판매가 주력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주 수익원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경영자문과 용역매출, 임대사업수익, 상표권사용수익, 지분법이익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자회사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축전지 매출도 수입원이지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격차가 크다. 한국아트라비스엑스의 지난해 매출은 6523억 원으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난해 매출(6조 7950억 원)과 10배가량 차이가 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사실상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대표의 협업이 중요하다. 두 바퀴로 굴러가던 회사는 조현범 대표의 구속으로 휘청일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조현범 대표의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관계자는 <더팩트>에 "회사는 조현범 대표와 이수일 대표의 각자 대표 체제다"라며 "이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는 가운데 조현범 대표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일 대표는 1987년 공채로 입사해 해외법인장, 미주지역본부장, 마케팅본부장, 경영운영본부장 등을 거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경영을 총괄해 왔다.
이 관계자는 조현범 대표의 구속에 대해서 "조현범 대표의 구속은 유감스럽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라고 말했다.
조현범 대표의 구속에 따라 그룹 승계작업에도 변수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양래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두 아들에게 경영을 맡겼지만 주식은 넘겨주지 않았다.
지난 9월 기준으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최대주주는 23.59%를 들고 있는 조양래 회장이다. 그 뒤를 이어 조현식 부회장이 19.32%로 2대주주이며, 조현범 대표는 19.31%를 보유하고 있다.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대표의 지분은 고작 0.01%p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은 조현범 대표가 조현식 부회장을 앞선다. 조현범 대표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율은 2.07%로 조현식 부회장(0.65%)보다 많다.
두 형제의 지주사 지분율이 비슷한 가운데 조현범 대표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율이 높고 대표이사로 있기 때문에 승계의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조현범 대표가 구속되면서 조양래 회장의 지분 향방이 어느쪽을 향할지 미궁 속으로 빠졌다. 일각에서는 조양래 회장이 올해 83세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주식 증여 계획을 어느정도 세웠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jangb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