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보험약관대출에 제동 건 금감원…보험사는 '속앓이'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전체 생명보험사들에 가산금리 현황 등을 약관대출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더팩트 DB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고금리에도 3년간 21% 증가

[더팩트│황원영 기자] 고금리 대출 이자로 논란이 된 '보험계약 담보대출(보험약관대출)'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칼을 빼 들었다. 그간 보험사가 고금리 이자 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보험약관대출로 수익을 올리던 보험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초 전체 생명보험사들에 가산금리 현황 등 약관대출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대출 관련 회계처리 현황, 각 사 약관대출 이율 산정 근거와 운영지침 안, 관련 내규, 운영위원회 회의자료 등도 포함했으며 특히 가산금리 산출 근거를 세세히 적도록 했다. 가산금리가 합리적으로 산정됐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계약자가 가입한 보험상품의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간편한 본인확인 절차만 거치면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고, 중도 상환 수수료 없이 언제든 상환할 수 있다. 경기가 하락할 때 늘어나는 형태를 보여 '불황형 대출'로도 불린다.

특히 최근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돈 빌릴 곳이 마땅치 않은 서민들의 대안 대출처로 부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보험약관 전체 대출 잔액은 2015년 52조7525억 원에서 2018년 63조9151억 원으로 늘면서 3년간 21.2% 급증했다.

보험약관 신규 대출액도 2015년 37조7134억 원이었지만 2018년에 44조592억 원으로 3년간 17% 증가했다.

대출 문턱이 낮은 만큼 금리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신규 약관대출 평균 금리는 생명보험사 5.4%, 손해보험사 4.4%였다. 이 중 생명보험사가 운영하는 금리확정형 보험계약대출 평균 금리는 6.78%다. 삼성생명은 9.11%로 생명보험사 중 가장 높았다. 시중은행 평균금리가 2~3%대임을 고려하면 고금리인 셈이다.

대출자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땐 보험 계약이 해지돼 보험 본연의 역할인 보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이를 두고 업계 내에서는 보험사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고금리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받는 대출인 만큼 보험사의 리스크가 적은 데도 신용대출보다 높은 금리를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약관대출 금리는 판매 보험 상품의 예정이율(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장하는 금리)에 가산금리(신용도 등 조건에 따른 금리)를 더해 산정된다.

당국은 예정이율이 높은 상품의 기준금리는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가산금리만큼은 낮출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지난해 보험약관대출 실태조사를 통해 보험사의 대출 금리가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보험사들은 속앓이하고 있다. 보험약관대출은 이자 차이로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라 상품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고객이 낸 보험료를 담보로 돈을 빌려줘 떼일 위험이 없기 때문에 보험사들에 이득인 셈이다.

약관대출이 보험부채에서 제외되는 점도 메리트다. 약관대출이 늘어날수록 보험사들의 재무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부채 평가방식이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바뀌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 부담을 느끼는 보험사들에는 약관대출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낮출 여지가 있다는 당국의 의견에 대해 "가산금리에는 대출금을 가입자에게 내어주면서 보험사가 포기하게 되는 자산수익률 등이 포함된 수치"라고 반박했다.

반면 금감원은 보험업법을 위반한 보험사가 있다면 제재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는 '보험료에 이미 반영된 비용, 보험계약대출과 무관한 비용, 산정근거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비용 및 수익의 기간귀속을 위해 회계상 발생하는 비용 등은 가산이율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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