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2교대' 인력증원 규모 등 두고 접점 찾기 난항
[더팩트|윤정원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인력증원 등 쟁점을 두고 노사 간 이견이 평행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이용객 불편은 물론 코레일 사측의 손실 규모도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철도노조는 20일 오전 9시부로 안전인력 충원 등을 내걸고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철도노조가 무기한 파업을 하는 건 지난 2016년 74일간의 파업 이후 약 3년 만이다. 철도노조 산하 필수유지업무 인력을 제외한 모든 인력이 파업에 참여한다.
현재 철도노조는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4조2교대 근무형태 변경을 위한 안전인력 충원 △인건비 정상화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 개선 △KTX·SRT 고속철도 통합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은 공사의 재량을 벗어나는 사항들이 많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안전인력 충원 규모를 놓고 노사 간 견해차가 크다. '3조 2교대'를 '4조 2교대'로 전환하는 것은 노사 간에 합의된 사안이지만 증원 규모를 두고 노조는 4600여 명, 사측은 1800여 명으로 맞서고 있다.
공사가 회계법인에 의뢰한 직무진단 결과를 보면 현 정원(3만562명)에서 1개 조가 더 늘어나면 4750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러나 코레일측은 회계법인에 의뢰한 직무진단 용역 결과를 근거로 "인력운영 최적화를 통해 2323명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1865명만 신규로 채용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지난 2년간 한국철도 공사 증원이 3000명 이상 된다"며 "급격한 인적 증가는 향후 공사의 지속 경영 가능 여부, 국민들에게 철도 요금 인상에 대한 압박, 정부 재정 한계 부분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 측은 "사측의 외주 용역을 거쳐 나온 권고안은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4600여 명 충원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인건비 정상화도 접점을 찾기 어려운 핵심쟁점이다. 노조는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공기업 선진화 정책' 따라 철도공사 정원 5115명이 줄어들면서 만성적인 인력부족과 임금체불이 시작됐다며 인건비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총인건비가 비정상적으로 책정돼 연차 보상이나 정률 수당 등이 지급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수당 정상화와 함께 임금을 4%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사측은 인건비 정상화는 기재부와의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기재부는 올해 공공기관 임금 총액 인상률을 전년 대비 1.8%로 정한 바 있다.
대규모 인력충원은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고, 인건비 인상 역시 기재부와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정부는 금번 파업과 관련해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다. 파업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김경욱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 설치된 철도파업 대비 비상수송대책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산정 근거나 재원 대책 없이 증원을 검토할 수는 없다"며 "노조는 4600명의 충원을 요구하고 사측은 1865명을 요구했는데 국토부는 1865명에 대한 근거조차 없는 상황이다.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면 검토 자체를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파업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용객 불편에 이어 손실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노조가 파업할 경우 코레일이 추산하는 하루 손실은 약 30억 원 수준. 철도노조는 이미 지난달 72시간 시한부 파업을 했고, 이달 15일부터 19일까지 준법투쟁을 벌였다. 총파업 기간이 2016년 당시보다 길어질 경우 손실 규모는 최소 수백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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